모기지 부채 구제 특별법에 대한 종료가 올해 말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숏세일 거래가 급증했다. 법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우려되는‘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숏세일 나선 거래가 크게 늘었다. 특별법 시행 이전에 실시된 숏세일의 경우 숏세일로 인한 모기지 부채 탕감액이 소득으로 인정돼 이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으로 부채 탕감액에 대한 세금이 면제돼 많은 주택 소유주들의 세금부담을 덜어줬다. 특별법이 현재 올해 말 종료될 예정으로 의회에서 연장안을 활발히 논의 중이나 아직까지 연장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연장안이 불발될 경우 내년부터 예상되는‘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깡통주택’ 소유주들에 의한 숏세일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의회서 논의 중인‘연장안’통과 불투명
자칫 최고 3만여달러 소득세 더 낼판
3분기 거래량 작년보다 무려 39% 늘어
◇3분기 숏세일 39% 급증
숏세일 거래가 올해 여름철 성수기 주택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의 6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뤄진 숏세일 거래는 지난해 3분기보다 무려 약 39%나 급증했다. 이 중 모기지 연체 후 이뤄진 숏세일 거래는 약 22%, 연체 없이 실시된 숏세일도 약 17%인 것으로 집계됐다.
숏세일이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차압매물 거래는 대폭 감소했다.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3분기 차압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줄었다.
한편 3분기 실시된 주택 거래 중 약 41.5%가 숏세일 또는 차압 거래로 여전히 급매성 매물에 대한 거래가 많았다. 금융위기 발생 이듬해인 2009년부터 숏세일 거래가 증가하기 시작, 최근까지 약 110만채의 주택이 숏세일을 통해 매매됐다.
◇세금폭탄 많게는 약 3만달러
모기지 부채 구제법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발효됐다. 구제법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숏세일 거래로 인해 탕감 받은 모기지 부채액은‘ 연방 국세청’ (IRS)에 의해 소득으로 인정되고 다음해 세금보고 때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구제법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세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당장 현실로 닥치게 된다.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숏세일로 인해 탕감되는 평균 모기지 부채액은 약 9만5,000달러로 추산된다. 고세율이 적용되는 납세자가 숏세일을 실시하게 되면 최고 약 3만3,250달러를 소득세로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FBR 캐피털 마켓의 에드워드 밀스 금융정책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숏세일을 실시하는 주택 소유주들은 대부분 재정난에 처한 소유주들”이라며“ 이들이 차압을 피하기 위해 2만5,000~3만5,000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로 납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구제법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제법 연장 실패로 탕감액이 개인 소득으로 인정될 경우 우려되는 것은 세금폭탄뿐 아니다.
평균 약 9만달러에 달하는 탕감액이 소득으로 인정되면 해당 납세자의 과세 등급을 끌어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실제 소득과 관계없이 숏세일 후 세율이 상향 조정돼 숏세일 의도와는 반대로 높은 세금을 납부해야 할 수 있다.
◇은행도 숏세일에 협조적
은행 측이 숏세일 승인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숏세일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다.
숏세일 거래 가격이 차압매물 거래가보다 높고 거래 비용도 덜 들기 때문에 은행 측은 차압 대신 숏세일로 급선회 중이다. 그간 숏세일 승인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숏세일 거래에 장기간이 소요됐으나 최근 숏세일 승인 기간은 크게 단축되고 있는 것도 숏세일 거래 증가에 요인이다.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3분기 매매된 숏세일 매물의 평균 가격은 약 18만6,000달러로 같은 기간 매매된 차압 매물의 평균가(16만1,954달러)보다 약 13% 높았다. 은행 측이 숏세일에 치중하는 이유다.
은행 측이 최근 1~2년 사이 이처럼 숏세일 승인율을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부채 구제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숏세일 상승기류에 다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다. 대런 블롬퀴스트 리얼티 트랙 부대표는 “모기지 탕감액이 클수록 세금액도 높아져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숏세일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할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제법 연장 노력 활발
숏세일 활성화로 부실 주택 모기지를 정리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연방 재무부는 모기지 탕감에 나서는 은행에 대한 지원금을 세배로 늘려 탕감액 1달러당 63센트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부실 차압처리 보상 합의안에 따라 5대 은행은 약 1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부실 모기지 원금 삭감에 지
출하기로 해 이에 따른 숏세일 활성화도 기대되고 있다.
모기지 부채 구제법 종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40개주 검찰총장은 연방 의회에 구제법 연장안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서한은 “모기지 탕감액에 대해 소득세 납부를 강행할 경우 부실 차압 보상안 중 하나인‘ 모기지 면제 프로그램’ (National Mortgage Settlement)의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포함하고 있다. 전체 모기지의 약 3분의 2이상을 보증하고 있는 국책모기지 기관 프레디맥과 패니매도 올 들어 숏세일 절차 간소화에 나서며 숏세일 거래를 적극 유도중이다.
◇연장 실패 때 시장 충격 우려
모기지 부채 구제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전달될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은행 측과 모기지 탕감을 협상중이거나 숏세일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에리스 체리 보스턴 커뮤니티 캐피털 대표는 “숏세일을 진행 중인 주택 소유주 대부분이 현재 모기지 부채 구제법 종료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재정절벽’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있지만 본인에게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준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