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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Why(왜)’ 를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자!

2012-11-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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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할렘 PS 57 초·중학교 과학교사)

소크라테스는 ‘왜’란 질문을 해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2012년에는 ‘왜’라고 묻는다고 죽음으로 이끌리지 않겠지만 흔히 사람들은 ‘왜’를 질문하지 않아 오히려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면서 절대적으로 그리고 필수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하게 권장하고 또 질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어느 날 6세 된 학생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난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 질문을 받고 당황을 했다. 이유는 답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모른다고 그 학생에게 고백했다. "선생님이 집에 가서 공부해 가지고 와서 알려줄께요. 친구도 집에 가서 한 번 생각해 봐요"라고 한 뒤 일단 수업을 마쳤다.


1학년 학생들은 지금 곤충에 대해 배우고 있다. 곤충은 다리가 6개가 달리고 몸은 3등분으로 나눠져 있고 어떤 곤충은 날개가 있고 또 안테나가 달려 있기도 하며 짝수의 눈이 달려 있고 뼈는 밖에 달려있고 등의 내용을 배운다. 곤충을 관찰하면서 이 사실들을 확인하고 비디오도 보면서 또 선생인 내가 준비한 과제 내용 및 컴퓨터 스마트보드를 이용해 곤충 학습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많은 곤충을 만져 보고 소리도 듣고 냄새도 맡아보면 좋겠지만 우선은 집 근처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귀뚜라미 30마리를 사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또 만지게 했다.
하지만 이날 어린 학생이 내게 던진 질문은 "선생님, Caterpillar(송충이)도 곤충이에요? Caterpillar는 다리가 6개가 넘고 날개는 없지만 안테나는 있는데 곤충인가요 아니면 뭐예요?”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난 입이 꽉 열렸다. 그리고 그냥 "Caterpillar는 곤충이 되기 전 거치는 변신(metamorphosis)의 한 단계란다"라고 대답해줬지만 명쾌한 대답은 아니었기에 기분이 왠지 찝찝했다. 그리고 이 학생은 내가 가르쳐 준대로 질문했고 "왜 그래요? 아니면 왜 안 그래요?"라는 질문을 한 것이었다. 선생인 내가 이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도록 가르쳤는데 그 질문에 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교사지만 답을 모른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더불어 나도 공부를 더욱더 많이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그냥 대충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지만 또 한 번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한 것이다. 마음속 깊은 한 구석에서는 참 기뻤고 이 학생이 대견했다. 그리고 이 학생을 위해 난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움이 없으면 가르침도 없고 가르침을 위해서는 늘 배워야 한다는 것을 난 일찍이 깨우쳤기 때문이다.

난 내 딸들에게도 "엄마에게 대들고 질문할 것이 있으면 하고 따질 것이 있으면 따지라"고 당당하게 말해준다. 그리고 내 딸들이 질문하거나 따지면 내가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설득시키고 내가 틀리다고 느끼면 솔직히 고백한다. 이것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내 딸들을 무조건 순종하고 생각 없는 사람들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또 확인하고 재검토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사랑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도 가르쳐준다.

내 학생들이건 내 딸들이건 내 친구와 내 가족들에게도 난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왜’라는 질문을 할 때 당황하지 않고 설명하려는 노력도 끊임 없이한다. 그러면서 나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

다음에 또 다시 내 학생이나 내 딸이 ‘왜’라는 질문을 했을 때 답을 할 수 없게 되면 솔직하게 "잘 모르겠는데 좀 더 답을 찾아보자"고 당황하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이 세상에 ‘왜’라는 질문이 존재하지 않고 무조건 순종하면 발전은 없고 맹목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자들만 생겨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솔직하고 순수하게 그리고 실력 있는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다.

미국에 이어 한국도 곧 대선을 앞두고 있다. 한국도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하려면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런 지도자를 키우려면 꼭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도록 권장하고 또한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 순간에도 난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왜 이런 글을 독자들에게 쓰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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