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회복 조짐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상승세로 반등한 지역이 늘고 있고 그림자 재고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주택시장 전망은 청신호가 켜졌다. 연방 정부의 저금리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서 모기지 저금리로 인한 주택 수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나타난 매물 부족 현상으로 주택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어들이 늘었다. 반면 셀러는 강한 수요를 등에 업고 리스팅 가격을 서서히 올리며 주택가격 상승세에 시동을 걸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 조짐에 한동안 주춤했던 리모델링 업계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올 가을 주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향들을 살펴본다.
대부분 지역 바이어스 마켓 종료 진단
수요 늘면서 리스팅 가격은 꾸준한 상승
재융자 적기… 저금리 대선까지 이어질 듯
■ ‘매물 품귀 현상’의 셀러스 마켓
올해 안에 주택구입 계획이 있다면 우선 주택시장의 현실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아직도 많은 주택 구입자들 사이에서 주택시장이 ‘바이어스 마켓’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실정은 그렇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주택거래 협상 주도권이 셀러 측으로 넘어간 ‘셀러스 마켓’ 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바이어스 마켓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국 많은 지역에서 셀러스 마켓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의 예상 밖으로 매물이 갑작스럽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매물 품귀 현상으로 바이어들은 맘에 드는 집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집을 찾아도 여러 명의 바이어와 경쟁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다. 주택시장에 남아 있는 셀러는 매물 부족 상태의 최대 수혜자로 즐거운 비명중이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주택 매물 재고기간은 최근 약 4.6개월 수준으로 매물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함을 나타내고 있다. 재고기간이 6개월일 경우 매물 공급량이 적정 수준으로 수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매물 공급 부족에 따른 수요 급증 현상으로 셀러들은 집값을 은근히 올리며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중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 셀러스 마켓으로 단정 짓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집값보다 대출금이 높은 이른바 ‘깡통주택’ 셀러들이 주택 처분을 포기하고 주택시장을 떠난 상태다. 또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압류 주택들도 수백만 채로 이들 그림자 재고가 문제가 해결되어야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융자 늦출 이유 없다
모기지 금리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일부에서는 올 가을쯤 모기지 금리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지만 금리는 반대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최근 사상 최저치를 2주 연속 경신할 만큼 더 낮은 바닥을 확인중이다. 모기지 금리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원동력은 바로 연방 정부의 저금리 기조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는 늦어도 올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으로 만약 재융자를 고려한다면 더 이상 시기를 저울질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재융자에 서둘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 11월 초부터 국책 모기지 은행에 의한 융자관련 비용이 오를 전망이다. 11월1일부터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주택 대출 발급기관에 이른바 ‘보증비용’을 인상시킬 계획이다. 인상안 실시될 경우 은행 측이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이자율은 0.25~1%포인트가량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주택 리모델링 부활
한동안 주춤했던 리모델링 업계가 올 가을부터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버드 대학 공동주택 연구소는 올해 4분기 주택 리모델링 지출 규모가 약 1,270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1,140억달)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서자 그동안 미뤄왔던 리모델링에 나서는 주택 소유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 중이다.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자재 가격이나 인건비도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는 “일부 자재의 가격은 이미 상승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승폭은 크지 않아 가격 상승에 따른 리모델링 수요 위축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만약 올 연말 전 리모델링 계획이 있다면 지금 자재를 구입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건축 자재 소매업체들은 여름철 재고 물량을 가을철에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NAHB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리모델링 아이템은 여전히 주방과 욕실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숏세일 빨라진다
‘깡통주택’ 소유주들의 주택 처분수단 중 하나인 숏세일 절차가 다소 간소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월1일부터 숏세일 절차를 간소화하는 몇몇 신규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전망이다. 패니매와 프레디 맥에 의해 시행되는 새 숏세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 측은 대출자가 숏세일 승인을 요청해 올 경우 30일 이내에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 또 60일 이내에는 숏세일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해 대출자 측에 통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숏세일 승인에 평균 약 6개월 또는 길게는 9개월씩 걸리던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대출자가 이혼, 장애, 전근 등의 사유로 갑자기 집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에도 은행 측이 숏세일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는 규정도 프레디맥과 패니매에 새 숏세일 규정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새 규정이 실시되면 숏세일 거래가 활성화 되고 차압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 집도 사기 힘들어
재판매 주택매물 급감으로 주택 구입자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신규 주택시장이다. 신규 주택은 그나마 치열한 경쟁을 피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 주택 재고마저 메말라 최근 가격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신규 주택 수요가 늘자 건설업체들은 과거에 제공하던 각종 인센티브를 조금씩 줄이는 추세다.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지난7월 신규 주택 재고물량은 약 14만2,000채로 집계됐으며 재고기간은 4.5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올 스탑’ 상태였던 신규 주택건설이 최근 재개됐으나 여전히 시장에 나오는 매물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매물 부족으로 지난 8월 신규 주택판매는 소폭 감소했다.
센서스국은 8월 판매된 신규 주택은 약 37만3,000채(연율 환산)로 전달보다 약 1,000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격은 껑충 뛰어올랐다. 8월 판매된 신규 주택의 중간가격은 약 25만6,900달러로 전달보다 약 11%, 지난해 8월보다 약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