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땅은 선교 용광로”

2012-07-24 (화) 12:00:00
크게 작게
한국 기독교의 출발과 성장, 발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책이 나왔다.
국제 NGO ‘열방을섬기는사람들‘의 양국주 대표와 이진석 목사가 함께 쓴 ‘선교학 개론, 평양에서 전주까지’는 1884년부터 1983년까지 우리나라를 다녀간 선교사들의 삶을 담았다. 말 그대로 이 한 권을 떼면 한국 땅의 초기 선교 역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초가 잡히는 셈이다.
양국주 대표는 “한국교회는 주님의 은혜와 선교사들의 헌신, 이름도 빛도 없이 수고한 조사와 권서들, 전도부인들의 하늘나팔 소리에 새벽을 깨웠다”고 정의한다. 남북으로 갈라졌던 미국장로회와 감리회 사람들이 조선에 와서 싸움을 멈춘 것을 보면 조선은 모든 갈등, 미움, 분쟁을 녹이는 용광로였다. 평양신학교, 성서공회, 연희전문학교, 세브란스연합병원 등 수많은 기독교 기관과 크리스천 무브먼트는 교단을 넘어 한마음이 된 선교사들이 일궈낸 작품들이다.
‘평양과 전주’는 북장로회와 남장로회를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미국의 남북장로회는 1983년에야 하나가 될 만큼 적대적 관계였고 앙금이 깊었지만 조선에 와서 하나가 됐다. 그 중심에는 사무엘 마펫과 윌리엄 레이놀즈가 있었다. 양 대표는 “그런 점에서 250개로 갈라진 한국 장로교는 파행적”이라고 비판한다.
양 대표는 “윌리엄 캐리와 허드슨 테일러에 길들여진 우리 선교사들을 위해 이 책을 낸다”고 다시 목적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땅에 다녀간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을 통해 선교학의 대의인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다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몸싸움 같은 미국과 한국 목회로 30년 세월을 보냈다”는 제임스 리(이진석) 목사의 결론은 약간 다르다. 19세기말 조선을 품었던 선교사들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가 남부 필라델피아의 타인종 이웃들과 함께 해왔던 시간들이 더 큰 사역을 위한 징검다리가 아님을 배웠다. 그는 “다음은 없다”고 말한다. 미래의 성취와 현재의 성실은 한 몸체임을 선교사들은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에 의해 선교사들이 미국으로 쫓겨나면서 가져간 자료들을 연구해 쓰여진 이 책은 텍스트 외에 1차 사료, 유물, 사진 등 선교사들의 생생한 행적이 담겨 있다.
1편 ‘평양, 동방의 예루살렘이 되기까지’에는 평양신학교를 중심으로 관서지역의 선교활동이 기록돼 있고 2편 ‘왕의 대로(大路) 전주가 시온의 대로가 되기까지’는 전주를 중심으로 선교한 남 장로회의 활동을 소개했다.
3편 ‘천국의 그날까지 지속될 선교’는 선교의 과제 를 다루고 있다.
정필도 수영로교회 원로목사는 “현장에 대한 이해와 소명 없이 쓰인 책들이 많아 통전적 접근이 어려웠는데 저자는 누구보다 선교를 잘 아는 탁월함이 있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이 책은 올해로 102세를 맞은 한국 교회 최고령 목사 방지일 선교사에게 헌정됐다.
<이병한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