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속으로 ‘날갯짓’ 내모습 더 기대돼요
뉴저지 페어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승연(사진·16·영어명 알렉스)군은 최근 영화 ‘패치 아담스(Patch Adams)’를 관람한 뒤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다시금 깨우치게 됐다.
199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헌터 아담스 박사가 사람들의 꿈을 찾아주면서 정신적인 상처와 몸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정군은 이 영화를 통해 한때 잊고 있던 ‘의사’의 소명을 기억해냈던 것.
정군은 “여러 장애물을 만나지만 반드시 극복해 내며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아담스 박사의 모습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군은 이런 꿈을 꿀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좋은 표현으론 ‘고독을 즐겼기 때문’이고, 나쁜 표현으론 ‘외톨이’였기 때문이다.
정군은 “9학년 이전까지만 해도 친구가 없었다”며 “집에 돌아와도 홀로 방에서 책을 읽는 등 가정 안팎으로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땐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며 “하지만 결국 내가 틀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랬던 정군에겐 불현듯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용기를 내서 주변 친구들에게 다가가자고 다짐한 뒤, 마음을 굳게 먹고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물론 두려웠어요. 이들이 거절해서 더 큰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친구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도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쉽게 문을 열었죠.”
굳세게 마음먹은 것을 실행에 옮기자 이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가는 곳곳마다 친구가 늘어났다. 학교는 물론이고, 교회와 학원, 심지어 서머캠프에서도 깊은 관계들이 형성되는 변화를 겪은 것이다. 특히 학교에선 친구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공부도 이전보다 쉬워짐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학교에 가는 게 즐거워졌다. 무엇보다도 정군은 삶의 모든 것에 열심을 찾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일종의 무기력증마저도 이겨냈다는 설명이었다.
“또 가족과의 사이에 놓여있는 보이지 않던 벽도 서서히 사라졌어요. 이래저래 인생에는 좋은 일들만 넘치게 됐죠.”정군은 “의사가 되면 이런 나만의 치유 경험을 세상 사람들과 나눌 것”이라고 했다. 특별히 페어론 새노래 교회 유스 그룹과 대학부에서 드럼을 치는 등 교회활동에 열심인 정군은 신앙을 통한 위로도 세상에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군은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도 계속해서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삶이 기뻐서 나오는 진정한 웃음이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