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를 이미 잃고 나서 고치면 뭐하나 하겠지만 만일 소를 다시 키우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외양간을 다시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얘기한다면 외양간이 문제 있을 때 미리 고쳐 놓았다면 분명 소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이 샌다고 해서 다 허물고 다시 짓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허물고 다시 짓는 것보다 고쳐서 사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고 고치는 것이 짓는 것보다 시간을 더 많이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준비성 있는 자라면 비록 지금 문제는 없을지라도 사전 대비를 통해 미리 고칠 것을 고칠 것이다. 이런 선처리가 사후처리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실제로 실시한 인스펙션 통계를 보더라도 홈 오너로서 혹은 비즈니스 오너가 예방 혹은 염려의 차원에서 마치 정기적으로 혈압은 괜찮은지, 당뇨는 없는지 혹은 콜레스테롤은 없는지 자발적으로 건강검사를 하듯 소를 잃기 전에 준비성 있게 인스펙션을 실시하는 경우는 아주 드믄 편이다. 설사 주택매매와 관계없이 인스펙션 주문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가보면 이미 문제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문제가 생기면 비로소 알게 되고 고치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름철에 일반 주택이나 비스니스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물이 새는 경우와 과다한 습기로 인한 결로 현상을 들 수 있다. 아시다시피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지붕을 하고 사이딩(Siding)을 하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이치 때문에 당연히 새지 않을 것으로 여긴다. 그런데 당연히 땅으로 흘러가야 할 물이 왜 멀쩡한 지붕과 벽 사이로 들어올까. 한 예로 빗속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앞 유리창을 보면 바람의 저항으로 인해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경우를 목격할 수가 있다.
주택 구조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집의 기초(Foundation)가 되는 지하실과 일종의 덮개 역할을 하는 지붕이다. 지하실과 지붕의 최대의 관심사는 바로 누수현상(Leaks)이다. 태풍이나 강력한 비바람의 소용돌이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다. 흐르기는 커녕 오히려 위로 뚫고 들어가는 현상을 수반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지붕을 깔았다고 한다. 붙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아스팔트 지붕의 경우 평균수명은 보통 15-30년 정도다. 아스팔트 지붕재료는 석유에서 추출된 물질로 되어 있어 오일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오일은 내구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뛰어난 방수역할을 한다. 특히 아스팔트 지붕을 보면 햇빛에 반사되는 현상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태양의 자외선을 반사시켜 지붕을 보호하기 위한 세라믹 코팅이 된 미네랄 입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장기간 흘러감에 따라 오일의 내구성과 신축성이 점진적으로 상실되면서 미네랄 입자도 줄어들어 열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 돼 지붕의 면이 너덜너덜 일어나게 되고 딱딱하게 돼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일반인들은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더욱이 궁금한 것은 언제 지붕을 교체하느냐다. 일단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교체 시기는 다음 4가지을 들 수 있다. 지붕널의 표면이 우리 피부에 생기는 물집처럼 일어나는 거품현상, 지붕색깔이 진갈색 혹은 검정색 줄무늬를 띄는 얼룩현상, 지붕의 신축성 저하로 인해 갈라지는 현상, 지붕의 널(Shingles)이 위로 말리는 현상, 즉 모서리 등이 뜨는 현상 등이 나타나면 일단 교체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이딩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이딩을 자세히 보면 지붕과 마찬가지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연결해서 깔고 못으로 적당히 고정해 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못을 박는 구명은 널찍하다. 널찍한 중간쯤에 못을 박아 사이딩의 신축성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만일 완전히 고정시켜 버렸다면 사이딩의 온도변화에 따른 신축성 때문에 그 이음새가 뒤틀리고 벌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당연히 물과 습기가 침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지하실은 어떠한가. 균열(Crack)사이로 발생하는 누수현상과 대체로 측정기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지나친 습기로 인해 천식 등을 유발하는 인체 위해성 곰팡이(Mold)발생과 나무구조물이 썩는 현상이 왕왕 발생하는 주택 최대의 취약지구다. 공기 중의 습기가 이 목조구조물에 16%정도 베어들 경우 이미 곰팡이 증식이 시작하고 20%가 넘으면 나무 구조물이 썩기 시작하게 됨으로 악취와 더불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엄청난 주택수리비를 발생시킬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기가 습한 경우 주택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자재들에 스며들어 물 분자들이 실내로 들어온다는 습기 확산 이론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으나 실상 습기는 외벽에 나있는 작은 구멍이라든지 균열 등의 공기구멍을 통해 더 빈번히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심각한 습기문제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