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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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맨하탄 PS 116 5학년 박종은 양

2012-06-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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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은 양 넘치는 끼.열정 맘껏 발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자신 있는 박종은(11·미국명 실비아·맨하탄 PS 116 초등학교 5학년)양은 다양한 분야에서 넘치는 끼와 재능을 발휘하며 장래가 촉망되는 꿈나무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필하모닉과 한국예술교육문화진흥원이 지난해 공동 주최한 ‘꼬마 작곡가(Very Young Composers)’ 프로그램에 선발돼 수개월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작업하며 생애 처음 연주곡 작품을 탄생시킨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을 정도다. 해금, 거문고, 바이얼린, 비올라, 첼로, 타악기가 어우러져 동·서양의 특색을 고루 갖춘 ‘여명의 행진(Twilight March)’이란 제목의 첫 작품은 지난해 연말 다른 참가자 7명의 작품과 더불어 뉴욕 링컨센터 스텐리 카플란 펜트하우스 무대에서 전문 연주가들에 의해 정식 공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학교와 교사의 추천으로 출전한 윙스팬 아츠의 서머 컨서버토리 오디션도 통과해 원하는 음악에 흠뻑 빠져 신나는 여름방학을 보낼 기대에 부풀어 있다. 6세 때부터 시작한 피아노를 비롯해 바이얼린, 가야금, 우크렐레, 장구, 소고, 리코더까지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을 정도고 어깨 넘어 배운 것들도 상당수다. 노래 실력도 뛰어나 학교를 방문한 브로드웨이 공연팀에도 발탁돼 무대에 올라 카리스마 넘치는 열정적인 공연으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타고난 재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틈나는 대로 작곡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거듭된 노력과 도전을 아끼지 않는 끈기도 지녔다. 학교에서 열린 육상 대표 선수단 선발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여 결원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육상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달 초 열린 ‘제12회 미동북부 어린이 동요대회’에서 첫 출전했다가 기대했던 입상을 하지 못했지만 실망하고 주저앉기보다는 패배 원인을 먼저 분석하고는 내년에 다시 출전해 설욕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7년간 재학했던 정들었던 맨하탄한국학교(교장 송동호)를 졸업한터라 대회 재도전을 위해서는 중학교 과정이 없는 맨하탄을 벗어나 타 지역의 한국학교 등록부터 먼저 풀어야할 숙제를 안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지만 한인의 자부심도 크다. 한인이 거의 없는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한국을 알리는 민간대사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학교에서 배운 김밥 만
들기를 타인종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며 ‘김밥’은 ‘스시’가 아니라고 단단히 일러주기도 하고 재미난 한국어 동화책을 가져가 읽어주기도 즐기는 일상이다. 주말마다 한국학교에 가는 일이 너무나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평소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집에서 정해진 취침 시간은 오후 10시지만 책을 한 장이라도 더 읽고 싶은 마음에 매일 밤마다 불을 끄겠다고 엄포를 놓는 부모님과 귀여운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서는 요즘 읽는 책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즐기는 놀이 중 하나다. 어린 두 남동생과도 주로 책 읽기 놀이를 자주 즐긴다. 학교에서는 학교 신문과 합창단, 또래중재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육종 재배를 연구하는 친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죽어가던 식물들을 기적적으로 살려내는 기운도 남다르다. 학교에서 거의 버리다시피 한 화초들을 집에 가져와 다시 되살려 낸 것만도 벌써 여러 번. 집에서는 꽃꽂이 장식도 도맡아하고 있고 재봉틀을 하는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바느질 솜씨와 뜨개질도 남에게 뒤지지 않을 실력을 자랑한다.

학교 영재반(G&T)에서 공부하는 우등생이고 올해 가을에는 뉴욕주 표준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맨하탄의 명문 학교인 이스트사이드 미들 중학교에 입학한다. 맨하탄에서 태어나고 자란 터라 가끔씩 한인 타운을 찾는 일도 또 다른 즐거움의 하나고 특히 약과와 뻥튀기 사먹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그림 그리기에도 일가견이 있어 장래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지만 가진 재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장래 갈 길은 차차 정하고 싶다고.

박양은 라커펠러 대학 면역학 교수인 박채규씨와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뒤 최근까지 맨하탄한국학교에서 교사와 교감으로 12년간 봉사하고 이번 달에 물러난 안순승씨 부부의 2남1녀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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