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릿지필드팍 중학교 8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에녹(사진·14)군은 지난해 여름 아버지 이상조 목사(고어헤드선교회·뉴저지 한인 루터 교회)를 따라 인천의 한 보육원을 방문해 큰 충격을 받았다. 힘겹게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의 실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 군에게 아버지 이 목사가 다가가 물었다. 느끼는 게 무엇이냐고.
이 때 이 군의 대답은 단순했다. “돈을 벌어서 이들과 나누겠다”는 것.
하지만 아버지는 생각이 달랐다. 이 목사는 “단순히 돈을 나누는 것보단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게 진정으로 이들을 돕는 길”이라고 했다. 어른이 되면 그저 돈만 많이 벌면 된다고 믿었던 이 군에겐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이 군은 그 때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이 군은 다른 학생과 달리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이 군은 “훗날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게 맡겨진 중요한 일이 공부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공부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있다. 이 목사는 공부를 잘 하는 것의 시작은 ‘왜 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목사는 “아이에게 인생의 목표와 목적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등 책상에 앉는 시간이 늘었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물론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갖게 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B학점이 대부분이던 이 군의 성적은 ‘의미’를 깨달은 후부터 점차 A로 바뀌었다고.
이 군의 집에는 매년 한국에서 방문한 4~5명의 소년·소녀 가장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머물다가 돌아간다. 한국의 보육원 10곳과 자매결연을 맺고 이들을 후원하는 이 목사가 이들 학생들에게 무료로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군은 자신의 집은 물론이고 심지어 부모님 마저도 소년·소녀 가장 형, 누나들에게 매일 양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군은 단 한 번도 반항하거나 불평한 적이 없다. 오히려 형편이 어려운 형, 누나를 돕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 군은 “아버지의 헌신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꿈도 갖게 됐다. 또한 남을 배려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친구 관계도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못 받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남을 배려하는 연습’을 매일 할 수 있어 감사한다”고 말했다.
올해 9월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 군의 꿈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이 군은 “경영학이야 말로 리더가 되라는 아버지의 뜻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전공이라 생각했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여러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