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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해야” 재융자 “걸림돌 여전”

2012-06-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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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완화된 프로그램 실시 깡통주택도 혜택 “주택 감정가 낮고 처리기간 너무 길어”항변도

▶ 계속되는 모기지 이자율 바닥행진

이자율이 매주 사상 최저기록을 깨면서 재융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에 대출받은 모기지도 최근 이자율로 재융자할 경우 페이먼트가 상당액 낮아지니 주택 소유자라면 누구나 재융자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대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가 조건이 한층 완화된 여러 재융자 프로그램을 실시중이어서 재융자에 대한 문의는 더욱 늘고 있다. 여러 재융자 조건이 최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재융자를 실시하는 길은 순탄치 않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호소다. 자영업자 및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 재융자가 쉽지 않고 재융자 처리기간도 거의 두 배로 연장돼 다소 부담스럽다. 최근 주택 소유주들의 큰 관심사로 떠오른 재융자 시장의 동향을 진단해 본다.


◇이자율 거침없는 하락
요즘 이자율 수준을 보면 당장이라도 재융자에 나서야 할 듯 싶다. 최근에 주택을 구입한 경우라도 재융자에 성공할 경우 매달 수백달러에 달하는 페이먼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정도로 이자율 하락 속도가 빠르다.

월스트릿 저널이 시장분석업체 HSH의 집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가장 최근 30년 고정 모기지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약 3.84%로 올해 3월 중순의 4.22%보다 훨씬 더 떨어졌으며 6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HSH에 따르면 지난해 5월 4.75%의 이자율로 40만달러의 모기지를 대출받았다면 최근 이자율로 재융자할 경우 매달 약 200달러의 페이먼트를 줄일 수 있다.


최근 거듭된 이자율 하락은 재융자 대기 신청자 층의 폭을 크게 넓혔다. 금융정보업체 코어로직사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모기지 연체기록이 없는 대출자 중 5%가 넘는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는 대출자의 수가 약 2,050만명에 달한다. 이자율 5% 초과 대출자들의 경우 최근 이자율과의 격차가 1%포인트를 넘어섰기 때문에 재융자의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 재융자 잠재 수요층으로 분류된다. 기존 모기지 이자율이 4~5%대인 대출자의 수도 1,290만명으로 이 숫자까지 포함하면 재융자 잠재 수요층은 더욱 넓어진다.

휴스턴 인근에 거주하는 랜스 로버츠는 2010년 말 이미 재융자를 한 차례 실시했다. 당시에도 낮은 수준이라는 5.25% 이자율에 고정시키는 조건으로 재융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최근 다시 재융자 신청에 나섰다. 로버츠는 현재 약 4%의 이자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주택융자 전문인 루 반스는 “재융자 실시 후 재융자에 들어간 비용을 18개월 내에 회수할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권장한다.


◇정부 적극적인 재융자 지원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도 일부 주택 대출자들에게는 재융자가 그림의 떡이었다. 잔존 에퀴티가 너무 낮거나 시세가 모기지 원리금을 크게 밑도는 경우의 대출자들에게는 낮은 이자율도 무용지물인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대형 은행들이 공동으로 기준이 완화된 재융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혜택의 폭이 한층 더 넓어질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JP 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얼라이 파이낸셜 등 5대 은행은 최근 부실차압 처리에 대한 250억달러 규모 합의안의 일부로 ‘깡통주택’ 소유자들에게도 재융자를 실시할 것으로 정부와 약속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재융자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신청자의 현재 이자율보다 0.25%포인트 이상 낮추거나 현재 페이먼트 금액을 월 100달러 이상 경감시키도록 재융자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얼라이 파이낸셜과 시티그룹의 경우 정부 지침의 재융자 최저기준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자율 시세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밝혀 두 은행을 통해 재융자를 받게 될 경우 혜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과의 합의안 외에도 이미 재융자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국영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을 선 모기지 대출자 중 ‘깡통주택’ 소유자들도 정부의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든지 재융자를 실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정 설계사 크리스 델지오는 정부의 재융자 프로그램인 HARP를 통해 얼마 전 재융자에 성공했다. 남아 있는 모기지 대출금 13만5,000달러를 재융자해 이자율을 기존보다 약 2.25%포인트 낮추는데 성공했다. 재융자 후 델지오의 모기지 페이먼트는 월 약 247달러가 줄었다.


◇여러 걸림돌 거쳐야
재융자 최적의 조건은 갖추어졌지만 재융자를 실제로 받기까지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재융자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 재융자 처리에 필요한 기간이 최근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재융자 신청 수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설팅 업체 액센처에 따르면 대형 모기지 은행들의 재융자 처리기간은 최근 평균 약 70일 정도로 지난해 45일 비해 약 한달가량 연장됐다. 일부 대형 은행의 경우 재융자 신청자들에게 재융자 처리기간이 90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통보 중으로 재융자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하락세 영향으로 감정가가 낮게 나오는 점도 재융자 신청에는 걸림돌이다. 낮은 감정가를 우려하는 은행 측이 타은행 대출자의 재융자 신청을 꺼리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나 JP 모건체이스 등은 HARP 재융자 프로그램을 자은행 고객에게만 제공할 예정이고 US뱅콥의 경우 타은행 대출자의 경우 모기지 원리금이 시세의 105%를 넘는 경우 재융자를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US뱅콥 측은 “타은행 깡통주택 소유자에게 재융자를 실시할 경우 자은행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부담을 높이는 격”이라며 타은행 고객에 대한 재융자 제한 배경을 밝혔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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