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렌트우드 ^ 베벌리힐스 ^ 벨에어 지역 등 오퍼 밀려들고 리스팅 보다 비싸게 거래 “값 오를 일만 남았다”투기성 과열 조짐도
▶ 업계“매물 없어 못 팔 정도”
LA 인근 고급 주택시장에 최근 바이어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 주택가격 하락세가 끝났다는 확신에 고가주택 구입시기를 기다려온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반면 수요를 충족할 만한 매물은 너무 적어 구입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고가주택 매물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 지역 부동산 업계의 아우성이다. LA 인근을 중심으로 최근 불고 있는 고가주택 수요 급증 현상을 집중 조명한다.
◇일주일 만에 오퍼 7건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LA인근 고급주택 지역인 브렌트우드의 셀러 크리스틴 린치는 주택시장의 반응에 크게 놀랐다. 집을 362만5,000달러에 내놓은 지 1주일 만에 무려 바이어 7명으로부터 오퍼를 받고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린치가 당초에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이른 10일 만에 에스크로는 개시됐고 리스팅 가격보다 22만5,000달러나 웃도는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다.
린치가 더욱 만족하는 점은 오퍼가 전액 현금구매 조건이라는 점으로 거래는 지난달 23일쯤 큰 문제없이 예정대로 완료됐다. 린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이 이렇게 놓은 점과 거래가 예상보다 빨리 끝난 점에 놀랐다”고 거래 후 소감을 밝혔다.
◇구입자, ‘가격 바닥’ 확신
최근 고가주택에 대한 과열구입 현상에 업계는 물론 고가주택 소유주들이 놀라고 있다.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급증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LA 서부 고급주택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브렌트우드, 베벌리힐스, 벨에어 등의 지역에서는 고가주택의 가격 상승을 확신한 바이어는 물론 투기성 투자자들까지 몰려 구입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주택이 낡아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한 매물에까지도 바이어들의 오퍼가 몰리고 있다. 이같은 수요급증 현상 나타나자 업계는 고가주택 시장의 회복도 머지않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벌리힐스 로데오 리얼티의 시드 레이보비치 대표는 “고가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믿는 바이어들의 비율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며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급증 현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가주택 시장에 대한 거래가 늘고 있는 현상은 LA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중 100만달러가 넘는 주택에 대한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2% 늘었다. 보스턴, 뉴욕, 가주 해안도시 등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에서 고가주택에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내놓으면 팔려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기간도 빠르게 단축됐다. 특히 LA 인근 지역의 경우 일부 고가매물에 오퍼가 무려 10건 이상씩 제출되며 매물거래 기간을 크게 앞당기고 있다. 베벌리힐스 소재 웨스트사이드 에이전시의 스테판 사피로 창업자는 “지난해만 해도 고가주택의 거래기간은 최소 수주에서 수개월씩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최근 들어 이같은 현상이 급변하며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2007년도와 같은 복수오퍼 현상이 재등장했다”고 말했다.
LA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가주택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은 일단 집을 한 번 본 뒤 수개월이 지난 뒤 다시 찾아와 매매조건을 타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가주택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새 주인을 찾는 현상이 흔해져 예전처럼 구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드물어졌다는 것이다.
고가임에도 빨리 팔리는 이유는 역시 매물부족 현상 때문이다.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집을 팔려는 셀러는 자취를 감추고 있어 구입경쟁이 과열양상이다. 일반 주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고가주택 소유자가 많아 굳이 지금 매물을 내놓으려는 셀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레이보비치 브로커는 “고가주택 재고가 충분하다면 거래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매물부족 현상을 아쉬워했다.
◇3번 오픈하우스에 100명 방문
일부 고가주택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은 과히 폭발적이다. 브렌트우드에 위치한 매물의 경우 일주일 사이 실시된 3차례의 오픈하우스에 무려 100여명이나 다녀갔다. 155만달러에 나온 이 매물은 약 3,200평방피트로 조망권이 좋은 점 때문에 바이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결국 11명의 바이어들이 구입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중 8명은 당초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오퍼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셀러의 기대를 초월할 정도로 높은 금액의 오퍼를 써내는 바이어도 나타나고 있다. 브렌트우드 소재 콜드웰뱅커 프리뷰 인터내셔널사에 따르면 최근 베벌리힐스에서 나온 약 6,000평방피트짜리 매물이 대표적이다. 729만5,000달러에 나온 이 매물의 경우 매물로 나온 지 일주일 만에 5건의 오퍼를 제출받았으며 이 중 한 건은 리스팅 가격보다 무려 200만달러나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투자자 구입도 증가
업계에서는 최근 고가주택에 대한 거래 급증현상 중에는 투기성향의 구입도 꽤 포함됐을 것으로 파악한다. 고가주택 가격이 이미 바닥을 쳤고 가격상승이 확실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과열 구입경쟁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조이스 레이 콜드웰 뱅커 프리뷰스 브로커는 “투자자들의 고가주택 구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2007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레이 브로커는 자신의 고객 중 투자자 비율이 올 들어 약 20%를 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매물에 대한 구입도 서슴지 않고 있어 시세를 상승시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리노베이션 실시 후 되팔아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성향의 구입이 대부분이다.
브렌트우드에 나온 대지 약 2만5,000평방피트 규모의 매물은 지난 50년간 한 번도 매물로 나온 적이 없는 경우. 주방시설도 1930년대식으로 시설이 낡은 편으로 알려진 이 매물 역시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정도의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이 매물은 549만5,000달러에 시장을 밟았다. 이후 바이어들의 오퍼가 이어지면서 결국 575만달러에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웰 뱅커의 한 브로커는 “고가주택 매물의 가격을 정할 때 혹시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며 “그러나 막상 바이어들의 반응에 놀라는 경우가 최근 많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고가주택에 대한 거래가 많지 않아 가격을 비교할 만한 매매가 드물고 이에 따라 리스팅 가격 산정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에 잠재중인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기 힘들어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