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부동산 부양책 ‘엇갈린 평가’
▶ 전문가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첫 구입자 세제혜택 대신 재융자 지원 차압주택 대량매각 초기에 했었어야 ‘정리신탁공사’설립 부실모기지 매입
‘내가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 가장 공을 들인 정책이 바로 주택시장 살리기 정책이다. 취임 직전 터진‘서브프라임’ 사태로 붕괴된 주택시장을 살리지 않고서는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오바마 대통령은‘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양적완화 정책’ 등 혁신적인 주택시장 부양정책을 과감히 시행해 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붕괴 직전까지 간 주택시장을 회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근본적인 회생책을 내세우지 못한 미봉책에 그쳤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립한다. 주택 매물 정보 사이트인 질로우닷컴은 최근 주택시장 및 경제 전문가들에게 오바마 행정부가 실시한 주택시장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질로우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보다 임시방편적인 정책에 치우쳤다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취임 직후인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시된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프로그램이 단지 일시적인 ‘자극제’ 역할에만 그쳤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시장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데 실패하고 ‘생명 연장’에만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주택시장 살리기에 실패한 책임을 오바마 행정부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함께 내놓았다. 참여자들은 주택시장 문제는 백악관은 물론 의회, 모기지 시장 공룡인 프레디맥, 패니매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제이슨 골드-프로그레시브 정책연구소
2009년 실시된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프로그램과 관련, 조금 다른 접근 방법을 취했을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취약한 모기지 시장 구조 탓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돼 온 부채 주도의 주택소유 행태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같은 방향전환을 위해 나와 동료 연구원은 세법 개정을 통해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홈K’(HomeK)로 명명된 정책은 401(k) 계좌와 연계해 첫 주택 구입자들의 다운페이먼트 마련을 돕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401(K) 계좌에 적립되는 금액 중 최고 50%까지 주택 구입 때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적립 계좌에 적립할 수 있다. 첫 주택 구입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적립 금액에 대해 세금을 공제하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첫 주택 구입자의 세부담을 덜어준다.
정책을 통해 주택 구입 때 첫 주택 구입자의 과도한 부채비중을 낮출 수 있고 동시에 은퇴자금 마련 기회도 함께 준비할 수 있다.
■스탠 험프리스-질로우닷컴 수석연구원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까지도 주택시장이 취약한 점을 보면 프로그램 시행에 쏟아 부은 약 300억달러의 예산이 다소 낭비된 측면이 있다. 대신 당시 주택가격 폭락과 변동 이자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을 위한 재융자 정책을 시행해 볼만 했다.
재융자 기준을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 해 주택 소유주들의 집이 급매 또는 차압되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했더라면 주택시장의 펀더멘털 회복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또 국영 모기지 업체가 소유한 차압 주택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정책에도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 모기지 연체자들의 주택을 차압하기 전에 이들 부실 모기지를 민간 부문 투자업체에 매각하는 정책을 취했어야 했다고 본다. 민간 부문의 부실 모기지 매입을 장려하기 위해 이들의 매입 한도액도 함께 늘릴 수 있다.
■크리스토퍼 J. 매이어
-컬럼비아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부의 주택시장 회생책은 3가지 부문에 집중됐어야 했다. 모기지 시장이 정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되돌리고 방지 가능했던 차압은 최대한 줄이는 한편 민간 자본이 주택 대출시장에 유입되도록 유도했다면 지금쯤 주택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정부의 정책이 이 세 가지 부문과 역행한 점이 많다. 주택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바람에 신용이 위축되는 현상이 찾아왔고 모기지 업체들 간의 경쟁을 제한한 측면도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융자를 통해 회생 가능했던 연체 모기지 주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차압을 실시한 것도 잘못된 결정으로 본다. 대신 재융자의 길을 터줬다면 1,500만~2,000만건의 재융자가 성사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스펜서 래스코프- 질로우닷컴 대표
최근에서야 시행된 정부 소유 차압매물 대량 매각정책을 환영한다. 다만 이같은 정책이 좀 더 빨리 시행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가 투자자들이 차압 매물을 원활히 구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주택시장 악화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주택시장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대규모 차압 매물량을 주택시장에서 조기에 처분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또 차압 주택 소유주들에게 집을 잃어야 한다는 절망감 대신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이같은 내용의 정책이 학계를 중심으로 수년간 강조됐지만 최근에서야 시험 시행되고 있다. 또 미국 내 주택에 투자하는 외국인 구입자들에게 비자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환영할 만하다.
■리차드 A. 스미스- 리알러지 대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 정부가 신속히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 설립에 나섰으면 주택시장 위기가 조기에 수습됐을 것이다.
부실 모기지 보유 비중이 높은 은행들로부터 부실 모기지를 할인가격에 사들이는 것이 공사의 주된 임무다.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부실 모기지를 공사에 매각함으로써 은행은 부실 위험을 줄이게 되며 융자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최소화 한다.
공사는 사들인 부실 모기지를 자산 유동화 증권으로 만들어 민간 부문 투자자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융자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게 된다. 결국 주택시장 기능을 대부분 민간 부문에 맡겨 스스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주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