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4-17 (화) 12:00:00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꽃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處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봄이 오면 하늘 위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소리도 울어
나물 캐는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 주.
나는야 봄이 오면 그대 그리워
종달새 되어서 말 부친다오,
나는야 봄이 오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 꽃 되어 웃어 본다오.
김동환(1901 - 1958)의 ‘봄이 오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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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반점’이란 영화에서 옛 주방장이 견습 요리사에게 불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불과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지도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 시에서도 화자는 아가씨가 좋아하는 꽃이 되고, 나물이 되고, 종달새 새소리가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화자와 아가씨, 그리고 봄까지도 모두 일체가 되는 세계를 꿈꾼다. 시인이 시적대상으로 들어가 동일화 되는 것이 서정시의 기본이라고 시창작 입문서가 말했던가. 요리 강의에서 들었던가.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