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인성 부족하면 명문대 가도‘절반의 성공’

2012-03-19 (월)
크게 작게

▶ 사회성 있는 자녀 만들려면

부모가 던진 말로 인해 자녀가 입게 되는 상처는 칼로 베인 것보다 깊고 아프며,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를 상대할 때 언행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부모의 모습에서 자녀는 성격과 여러 능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자녀가 명문대 진학에 성공했다는 점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사회에 진출해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자, 교육의 결실이다. 버젓한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를 통해 문제점과 예방책을 짚어봤다.

■ 지성과 인성의 균형 중요
한인학생들의 학업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때문에 좋은 대학들에 많이 입학한다.

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 이후는 자녀가 성인으로서 자기역할을 스스로 개척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순탄할 것으로 생각됐던 자녀의 사회생활이 곤란을 겪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곤 한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뒤 직장 등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크고 작은 승진을 통해 간부로서 상사를 보필하고, 부하직원들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자리에서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지적능력에 비해 자녀의 사회성,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 기능을 키우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런 것들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부모들 역시 이런 점들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 자녀는 부모의 언행을 기억한다
초등학생 자녀가 무엇을 알겠느냐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야단을 치거나, 열심히 하라는 의미의 꿀밤을 때렸다고 하자. 부모는 이것이 자녀에 대한 사랑이자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 있고 한인가정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행동이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상처이자, 두려움과 공포가 될 수 있다.

리처드 손 박사는 “아이들을 상담해 보면 예상 밖으로 부모의 언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마음의 상처가 돼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면서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나중에 자신이 학대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손 박사는 이런 문제들이 부모와 자녀와의 올바른 대화 관계자 설정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1. 부모는 롤 모델이다
부부가 항상 대화를 나누고, 자녀와도 수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생활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즉 직장 등에서 원만한 대인관계와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고성이 오가고, 늘 야단만 치는 부모 밑에서 성장했을 경우 사회에서도 그런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결국 이는 직장생활 등에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자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 책임과 윤리의식
일반적으로 많은 부모들이 좋은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으면 훌륭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총력을 펼친다.


그런데 바라는 대로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얻었을 때 자신이 갖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권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제대로 삶의 가치관에 대해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도덕적인 책임의식을 시간이 날 때마다 어릴 때부터 생활화 시키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 부모의 스트레스 전달 금물
무심코 부모가 한 언행이 자녀에게는 충격과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자녀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쉽고 유익한 방법이 편안한 대화의 장을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녀가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직된 분위기 보다 훨씬 좋으며, 나중에 자녀가 사회에 진출해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1. 부모의 스트레스를 보이지 말라
가정을 함께 책임져야 하는 남편과 아내는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직장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사정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우면 남편이나 아내 모두 더욱 긴장과 스트레스가 커지기 쉽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가정에서 여과 없이 표출될 때 아이들은 그 모습과 말에서 부모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받게 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판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부모의 감정표출을 느낄 수 있다.

2. 논쟁에 자녀를 끌어들이지 말라
부부 사이에 논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고성이 오가거나 다툼으로 나타난다면 아이들은 공포심을 갖기 쉽다. 때문에 어떤 문제라도 부부가 이견을 보일 경우 두 사람 선에서 확실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항상 견지해야 한다.

그런데 감정의 대립을 자녀에게 은연 중에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부모 자녀들에게 하소연 같은 것을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만 돼도 아이들은 금방 상황을 알아챈다.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강요당하는 셈이다. 결국 부부의 문제에 자녀까지 끌어들임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삼각관계를 만들어 버린다.

또 부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 중 한 사람이 홧김에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나가버리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일을 자주 겪은 아이들은 나중에 성장해서도 같은 방식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보다는 오히려 부하직원에게 하소연 하는 식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부부가 원만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줄 때 자녀도 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능력을 배우면서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게 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