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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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보기 어려운 전쟁의 참상

2012-01-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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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꽃들 (The Flowers of War) ★★★(5개 만점)

눈뜨고 보기 어려운 전쟁의 참상

가짜 신부 존(크리스천 베일)은 유모(니니)를 비롯한 창녀들을 일본군으로부터 보호한다.

1억달러 제작비 투입
일본의 난징 점령 그린
장이머 감독의 작품


장이머 감독이 만든 중국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1억달러)가 든 전쟁 멜로드라마로 중국의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 출품작이다.

미국의 수퍼스타인 ‘배트맨’의 크리스천 베일을 기용해 국제시장을 노리고 만든 이 영화는 1937년에 일어난 일본군의 난징 점령과 양민학살 및 부녀자 겁탈을 그렸는데 보고 즐길 만은 하나 장이머의 영화로선 내용보다는 외모가 보기 좋은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전쟁의 액션이 사실적이고 또 그것의 참상을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게 묘사했는데 이런 어두운 면과 성당 안에 숨어든 화려한 차림과 화장을 한 예쁜 창녀들의 얘기가 제대로 조화가 안 되고 마치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고 있다.

장이머는 잔인한 장면에서는 카메라 기술과 총천연색을 마음껏 사용해 보는 사람의 감관을 유린하다가 드라마를 서술할 때는 지나치게 멜로를 지향해 마치 두 개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거의 조야할 만큼 야한 영화로 터무니없는 서브플롯들이 있다.

모든 면에서 절제를 못하고 과도하게 몰고 간 영화로 장이머가 아직도 채 다 낫지 않은 중국의 깊은 상처의 얘기를 그린다는 압박감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베일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화려한 앙상블 캐스트와 의상과 분장 및 원색적인 컬러와 촬영(다소 야하다)과 세트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라는 점에서 권할 만하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난징의 성당에 미국인 술꾼 장의사 존 밀러(베일)가 죽은 신부의 장례차 도착한다. 날건달로 기회주의자인 존은 성당의 소년 문지기 조지(후앙 티안유안)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미사용 포도주를 즐긴다.

성당에는 10여명의 가톨릭 여고생들이 피신했는데 여기에 10여명의 창녀들이 일본군을 피해 도착하면서 존은 졸지에 아방궁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성당 지하에 숨어 있는 창녀들과 기독교 신자들인 여고생들 간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맴돌게 된다.

존과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창녀 유 모(니 니가 눈부시게 예쁜데 죽음의 영화 내내 지하실의 창녀들이 멋진 헤어스타일에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는 일본군이 백인은 해치지 않을 것을 알고 존에게 자기들을 난징 밖으로 탈출시켜 달라고 요구한다.


한편 조지는 조지대로 존에게 성당에 남아 여고생들을 보호해 달라고 사정한다.

그런데 일본군들이 성당을 침입해 여고생들을 겁탈하려고 난동을 부리자 존은 신부복을 입고 신부로 위장, 목숨 내걸고 이를 저지한다. 영화는 존의 영혼 변화의 얘기이기도 하다.

난동 후 일본군 장교(아추로 와타베)가 성당을 방문, 존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한 뒤 성당 내 피아노 앞에 앉아 향수를 달래는 곡을 연주한다(‘쉰들러 리스트’의 나치 장교가 생각난다).

영화는 창녀들과 여고생들 간의 갈등과 함께 이 사이에서 양측을 모두 보호하려고 애쓰는 존의 필사적인 수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라이맥스는 일본군의 승리를 위한 장교파티에 여고생들을 위안부로 징발하면서 인간의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이뤄지는데 매우 감상적이다.

혼자서 일본군을 상대로 성당을 지키는 중국군 역의 통 다웨이를 비롯해 연기들은 다 좋다. 145분. R.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7(310-478-3836), 타운센터6(버뱅크), 르네상스(알함브라), 오렌지30(오렌지), 웨스트팍(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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