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끈을 붙들자

2012-0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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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손
엔지니어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페리가 있었다. 일정시대에는 관부 연락선이라고 불렸다. 이 페리가 부두에서 떠날 땐 배에 탄 사람과 부두의 전송 나온 사람이 잘 감긴 종이테이프를 한쪽씩 붙들고 손을 흔들었다. 배가 떠나면서 종이테이프가 길게 풀려나다가 드디어 끊어지면, 비로소 이별을 실감케 되는 것이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이면 홍콩 출신 동료와 함께 40분간 걷는다. UC 버클리 출신의 공학박사에다 타고난 엔지니어라 매사를 재고 또 잰 후에 일을 시작한다. 걷는 코스도 안전을 위해 차가 제일 안다니는 곳으로 정한 후 그 코스를 고집한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이 동료는 어릴 때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란 탓인지 부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크다. 나 를 무슨 갑부로 봤는지 “1%”라며 빈정대는 이야기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중산층에 관한 이야기가 소재로 올랐다. 자신은 중산층은커녕 아직도 바닥을 긴단다. 보다 못해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한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 자신의 마음가짐이 자신을 지배한다”고 일갈했다.

때때로 동료들이 출근하면서 자발적으로 도넛이나 베이글을 사들고 온다. 자신이 가난하다고 외치는 이 동료는 남이 사오는 것은 먹어도 자신은 지금까지 한번도 남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못 보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어떠한 여유도 없다.
불경기로 인해서 직장을 잃고 집을 잃고 매일매일 근심 걱정으로만 사는 이웃들이 많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새끼들 얼굴이 아른 거린다”는 직장 잃은 남자들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절망 속에서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다스려야한다.
노아의 방주에 탄 수많은 동물 중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딱따구리와 흰개미였다고 한다. 방주 밖의 풍랑보다 이 동물들이 방주를 파괴시키는 내부의 적들이었다. 우리에게 환란이 닥치면, 무엇보다도 우리 내부의 적인 스트레스에 희생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야한다.

또한 부부 간에도 서로 격려하며 가정을 세우도록 노력해야한다. 부부가 서로 헐뜯다 못해 교회나 사람들 모이는 곳에서 배우자 흉을 보는 일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위 밖에 안된다. 직장 잃은 남편에게 아내의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될까?

풍랑이 닥치면 부부가 서로 힘을 합쳐도 부족할 때가 많다. 부부 싸움을 해서 사태가 호전될 수 있다면 죽기 살기로 싸워야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서로 격려하는 편이 살아남는 길이다.

해가 지면 다시 뜬다. 비가 오면 개인 날도 온다. 그래서 희망이라는 단어도 있나보다. “그대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말라. 정작 실망해야할 사람들은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라는 에센바흐의 명언을 생각해본다.

관부 연락선이 떠나는 부두에서 서로 붙잡고 있던 종이테이프를 다시 생각해본다. 이별이라도 다시 만날 꿈이 있고, 꿈이 있으므로 희망이 있지 않은가? 꿈과 희망은 인간만이 지닌 큰 자산이다.

흑룡의 해라는 임진년 새해이다. 임진년이라면 당연히 1592년의 임진왜란이 떠오른다. 그만큼 복잡하고 힘든 해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까지 있어 임진왜란 때처럼 당파싸움으로 국론이 양분될 수도 있다. 확신보다는 불확실의 해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경제가 어렵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참고 기다릴 수 있다. 미지의 새해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꿈과 희망의 끈을 꼭 붙들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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