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성의 봉기’ 앤디 서키스 동작포착 뜻밖의 감동 선사
▶ 최근 영화계 활발한 토론 “기술적 효과가 커” 반론도
모션 캡처(동작 포착) 배우에게도 연기자로서 오스카상을 줄 것인가 아니면 그것은 하나의 기술적 효과에 지나지 않는가. 요즘 시상시즌을 맞아 영화계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모션 캡처란 디지털로 배우의 동작과 얼굴 표정을 포착해 극영화나 만화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동작의 바탕으로 삼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상영 중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만화영화 ‘틴틴’도 모션 캡처 영화다.
모션 캡처 배우에 대한 시상문제가 거론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올 여름에 나와 빅히트한 공상과학 액션영화 ‘원숭이들의 혹성의 봉기’에서 인간들에 반기를 든 총명한 침팬지 시저의 역을 해낸 앤디 서키스(47)의 탁월한 연기 탓이다.
특히 서키스가 표현한 시저의 표정 연기는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으로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에서 과학자로 나온 제임스 프랭코가 아닌 시저다.
비록 시저는 컴퓨터 기술에 의해 창조됐지만 그의 동작과 표정이 서키스의 것인 이상 그것은 당연히 오스카상 후보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이 분분하다.
이 영화를 배급한 폭스사는 그래서 곧 있을 오스카상 후보 발표를 놓고 서키스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밀고 있는데 얼마 전 방송 영화비평가협회가 서키스를 2011년도 최우수 남우조연상 후보 중 한 명으로 발표하면서 이 문제는 더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미 배우노조(SAG) 산하에는 모션 캡처위원회가 있는데 이 위원회가 구성된 것도 지난 2010년에 나온 제임스 캐메론 감독의 ‘아바타’에서의 배우들의 모션 캡처 연기를 놓고 벌어진 배우 연기 대 기술효과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한편 SAG는 지난 2004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마지막 편의 배우들에게 앙상블 캐스트상을 줄 때 골룸의 모션 캡처 연기를 한 서키스도 포함, 이미 이 연기를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많은 아카데미 소속 배우들이 모션 캡처 배우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특수효과의 소산이라면서 한편으로 염려하고 있는 것은 기술이 궁극적으로 배우들을 몰아내지나 않을까 하는 점.
그러나 서키스의 연기를 옹호하는 측은 기술이 아니라 그의 민감한 연기가 영화의 핵심적 구실을 했다면서 연기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코끼리 인간’(1980)에서 특수 분장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는 존 허트가 오스카 주연상 후보로 올라간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서키스의 연기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연기파 서키스는 시저 역뿐 아니라 ‘킹 콩’에서 킹 콩의 연기도 했고 ‘틴틴’에서는 틴틴과 함께 세계를 돌며 보물지도를 찾는 해독선장 역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에서 촬영 중인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의 영화 ‘호빗’에서 역시 골룸 역을 하고 있다.
한편 서키스는 자신의 연기를 놓고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내가 맡은 역이 어쩌다 원숭이일 뿐 사람들은 시저와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