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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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마, 전쟁터 어디서 헤매고 있니?”

2011-12-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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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사람의 사랑 스필버그 감독의 장엄미 넘친 서사극

▶ ‘워 호스’ (War Horse) ★★★(5개 만점)

소년과 그가 사랑하는 말이 전쟁이라는 역경을 견디고 행복을 찾는다는 구식 스타일의 가족용 대하 서사극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했는데 보기에는 매우 장엄하고 아름답고 또 기술적으로도 빼어나지만 내용이 장황하다.

스필버그의 장인으로서의 기능은 나무랄 데 없으나 주제가 분명히 부각되지 못했고 극적 초점도 흐릿해 감정적으로 매어달릴 수가 없다. 상당히 감정적인 영화인데도 스필버그는 감정의 조절능력을 잃어 감정적이라기보다 감상적인 영화가 됐다.

특히 플롯이 갈팡질팡하면서 같은 얘기를 인물개발이 제대로 안 된 많은 사람들을 통해 반복하고 있으며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 물론 중간 중간 극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고는 있지만 얘기가 너무 단순하고 서술방식이 일관성이 모자라 얘기나 인물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다.


스필버그는 옛날 영화를 만들겠다고 작심이나 한 듯이 연출과 내용 그리고 촬영을 비롯해 장면 구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오래 전 할리웃 영화 스타일을 답습하면서 또 그 것들을 치하하고 있다.

특히 동물이 주인공인 디즈니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그 밖에도 ‘래시’ 영화를 비롯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리고 ‘우정 있는 설복’ 및 ‘블랙 스탤리언’ 등이 생각난다. 소설이 원작.

소년과 그의 애마가 전쟁으로 생이별을 한 뒤 재회하기까지 둘이 겪는 포화 속의 오디세이로 제목처럼 말이 주인공이다.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말의 여정기라고 하겠다.

영국 시골의 가난한 술꾼 농부 아버지 테드(피터 멀란)와 억척같은 어머니 로즈(에밀리 왓슨)의 착한 아들 알버트(제레미 어바인)는 이웃의 갓 난 순종 새끼 말을 보자마자 사랑하게 된다. 알버트는 이 말을 조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테드가 경매에서 조이를 사가지고 오면서 밭을 갈 말을 원했던 로즈가 분통을 터뜨린다. 알버트는 자기가 조이에게 밭을 가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어머니를 설득, 조이를 길들인다. 이 과정에서 알버트와 조이는 질긴 사랑으로 맺어진다.

1차 대전이 나면서 조이는 육군 대위 니콜스(탐 히들스턴)에게 팔리고 이어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 공격에 뛰어든다(기병 공격장면이 박력 있고 장렬하다). 여기서부터 조이는 독일군과 프랑스 농부와 그의 병약한 어린 손녀 에밀리의 손을 거치면서 서부전선을 전전한다.

한편 조이를 그리워하던 알버트는 행방불명이 된 조이를 찾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알버트와 조이는 서로 각기 전쟁의 참혹함과 공포를 경험하는데 이 영화는 반전영화다. 전쟁 액션신이 장렬한데 특히 조이가 한 밤 철조망으로 방어진을 친 전선을 질주하는 장면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그러나 전쟁의 잔인성을 심장으로 느끼기엔 영화가 너무 말끔하다.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스필버그의 단골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의 촬영. 대형 화면에 장엄미와 격동적인 액션을 일필휘지로 그리고 있다. 연기는 다 좋은데 사람보다 더 잘 하는 것이 말의 연기다. 역시 스필버그의 단골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다소 사람의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인다.

148분. PG-13. DreamWork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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