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원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는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꿈을 꾸는 부모도 있을 것이고, 별다른 기대가 없어 보여 벌써부터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스트레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번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건강한 자녀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입시시즌 12학년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입시 증후군’과 관련,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하버드 카운슬링센터 소장)를 통해 문제점과 대안을 들어봤다.
부모 주도형 가정 아이들 스트레스 누적
학업포기·우울증·극단적 행동 불러
대화단절·불면증 등 부모가 나서 풀어야
■ 레주메(resume) 형 아이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한인은 물론 다른 인종의 학부모들 역시 대학 진학이란 커다란 산을 넘기 위한 방향으로 생활패턴이 바뀐다. GPA, AP클래스, SAT 시험 등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어내야 하고, 각종 과외활동, 그것도 반드시 팀의 리더가 돼야 입시에서 유리하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자녀를 밀어붙인다. 이런 과정에서 자녀는 자신의 선택이 아닌 일들에 매달리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이게 된다.
물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절제하고, 판단하며,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녀라면 굳이 부모들이 이런 일들에서 전면에 나설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가정에서 대학입시를 위한 부모 주도의 구색 갖추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오판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어느 새 자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한다.
■ 입시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문제들
어른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엉뚱한 방향,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은 현상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를 떠나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위험한 증상이다. 특히 주변에 자신을 감시하고, 위로해 줄 가족이 없는 어린 유학생들의 경우 훨씬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은 우울증 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극한 결정을 내리는 등 다양하다. 특히 12학년 2학기에 스트레스 지수는 최고에 달한다. 더욱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더욱 그 무게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 벌어질 수 있다.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고교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갑작스러운 환경에 변화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독립된 생활 패턴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수월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제때 지난 시간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학수업에서 뒤처지거나, 약물 등 옳지 않은 일에 쉽게 손을 대는 일로 발전될 수 있다.
■ 이런 점을 관찰하라
자녀의 생활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몫이다.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부모가 챙겨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 입시생 자녀의 스트레스 레벨은 한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관찰해야 한다.
1. 대화 단절
어느 순간부터 자녀가 말문을 닫고 있다면 심리적으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즉각 자녀가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 불면증
일부 학생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압박감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3. 학교중퇴
심한 경우 어떤 학생들은 부모 몰래 아예 학교를 포기하기도 한다. 항상 부모는 학교와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