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중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이 기간 기존 주택에 대한 잠정주택판매 지수는 84.5로 전달보다 약 4.6% 하락했다. 앞서 발표된 9월 중 기존 주택에 대한 매매량도 전달보다 약 3% 떨어진 실망스런 수준을 보였다.
주택 가격 ‘트리플 딥’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 거래가 이처럼 부진한 여러 이유 중 ‘낮은 감정가’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셀러와 바이어가 체결한 거래 금액보다 감정가가 낮게 나와 주택 거래가 중도에 무산되는 것이다. 금융정보 웹사이트 스마트 머니가 보도한 낮은 감정가로 인한 주택 거래 무산 사례와 셀러와 바이어를 위한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차압·숏세일 대거 반영 탓”불평 잇달아
셀러는 웹사이트 등서 미리 시세파악 필요
바이어는 계약서에 조항 넣어 분쟁 피해야
■ 사례: 낮은 감정가로 인한 거래 취소 가까스로 모면
부동산 중개인 개리 로저스는 3개월 전 에스크로 마감을 앞두고 주택 거래가 취소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매서추세츠주 월섬 지역에 위치한 콜로니얼 스타일의 매물을 중개하던 로저스는 계약 체결가보다 낮은 금액의 감정가로 인해 곤욕을 치를 뻔했다. 로저스에게 날아온 감정가는 43만달러로 계약 체결가인 44만8,000달러보다 약 2만달러가 부족했다.
바이어가 차액을 더 내든지 아니면 셀러가 차액만큼 가격을 깎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은 2주 간 양보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끝에 결국 차액의 반반씩을 부담키로 하고 가까스로 주택 거래를 마무리지었다.
최근 중개인 로저스의 사례처럼 낮은 감정가 때문에 주택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가 지역 구분 없이 흔히 발생하고 있는데 주택시장 회복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많이 일고 있다.
■ 낮은 감정가로 주택 거래 힘들다.
과거 주택시장 활황기에는 감정가로 인해 주택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오히려 주택 거래를 돕기 위한 이른바 ‘감정가 부풀리기’ 식의 감정 관행이 주택시장에 만연할 정도였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2009년을 기점으로 이같은 상황이 반전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도입된 엄격한 주택감정 규정이 주택 거래를 가로 막고 있다는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부동산협회(NAR)의 조사에 따르면 낮은 감정가 현상이 주택 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9월까지 감정가가 낮게 나오는 바람에 거래가 지연, 취소, 또는 거래 금액을 조정해야 했다는 답변이 조사 대상 중개인의 3분의 1을 넘었다. 결국 주택 거래 약 3건 중 1건 꼴로 낮은 주택가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지난 한해 동안 이뤄진 주택 거래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때의 답변인 약 29%보다 상승한 것이고 2009년도의 조사 결과인 10% 미만보다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 대출 은행도 어쩔 수 없다.
주택 대출 은행들은 국책 모기지은행의 보증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강화된 주택 감정 규정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주택 감정업체들이 새 규정 시행 이전에는 약 3건 정도의 매매 기록을 주택 감정 보고서에 반영했던 데 반해 최근에는 매매 기록건수가 약 2~3배 정도 늘었다. 주택 거래가 뜸한 지역의 경우 비교 대상 매매 기록을 찾기 힘들고 결국 차압 매물이나 숏세일 매물의 거래 기록이 주택가 감정에 활용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정확한 시세가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지적으로 낮은 감정가의 원인이기도 하다.
■ 낮은 감정가 좋은 점도 있다.
낮은 감정가가 바이어에게는 일종의 경고 장치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택 시세 자료를 수집하는데 한계가 있는 바이어에게 시세보다 너무 높은 금액에 구입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가 하는 경고 메시지를 낮은 감정가가 전달한다. 마찬가지로 낮은 감정가는 대출 은행이 주택 시세보다 과도한 주택 대출에 나서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잭 맥커비 감정평가사는 “낮은 감정가는 바이어와 주택 대출은행에게 일종의 ‘견제와 균형’과 같은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낮은 감정가 관행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주택 가격이 회복 능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3분기 중 낮은 감정가로 인한 결과로 가격을 낮춰 거래를 마감했다는 응답이 월등히 높았다. ‘낮은 감정가’를 경험했다는 중개인 중 약 13%가 결국 가격을 인하해 거래를 마감했다고 답변했다. 반면 거래가 취소됐다는 답변은 약 10%, 지연됐다는 답변은 약 8%로 이보다 조금씩 낮았다.
■ 셀러 대비 요령
집을 내놓기 전에 셀러도 나름대로 주변 주택 시세를 알아보면 ‘낮은 감정가’로 인해 주택 거래가 중도에 무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믿을 만한 주택 매물 웹사이트를 통해 주변의 비슷한 조건을 갖춘 매물의 가격대를 확인한다. 인근에서 열리는 오픈 하우스가 있다면 방문해 가격과 매물 조건 등을 자신의 주택과 비교하는 것도 시세를 가늠하는 좋은 방법이다. 정확한 시세를 원하면 셀러가 직접 주택 감정 평가 업체에 시세를 의뢰한다. 주택 감정 비용은 대개 250~600달러 정도다.
■ 바이어 대비 요령
바이어는 주택 구매 계약서 체결 때 주택 감정가와 관련된 부대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만약 감정가가 거래 금액보다 낮게 나와 주택 거래를 취소해야 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만약 이 조항을 빠트리면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셀러와 바이어 간의 분쟁으로 번지기 쉽다. 감정 평가서가 전달되면 바이어가 스스로 검토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감정가 산정을 위해 평가서에 포함된 비교 대상 매물을 확인한다.
건물이나 대지의 크기, 침실 갯수 등의 조건은 물론 주택의 건축 형태도 감정가를 좌우하는 요소들이므로 비슷한 매물이 포함됐는 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