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의 미래, 부모에게 달렸다

2011-1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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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특집 2부 부장

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뒤흔든 IT 천재 3인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존경할만한 부모를 두었다는 점이다.

게이츠는 할아버지가 은행장, 아버지는 변호사로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자랐고 저커버그 역시 아버지는 치과의사, 어머니는 정신과 의사인 유복한 집안 출신이다.


반면에 잡스의 성장배경은 좀 달랐다. 대학원생 신분으로 동거 중이던 시리아계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그는 어릴 적 입양돼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잡스의 양아버지 폴 잡스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기계제작 기술자였지만 자식 교육만큼은 부자인 게이츠·저커버그 부모 못지않게 열정적이었다.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아들에게 다양한 기계 부품을 가져다주었고 과학연구소에 데려가 일반인은 접할 수도 없는 슈퍼컴퓨터를 보여주며 아들의 ‘꿈 키우기’에 주력했다.

게이츠와 저커버그의 부모 또한 아들의 컴퓨터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물심양면 후원해 주었고 아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버드 대학을 중퇴했을 때도 어깨를 두드려주고 격려했다.

훌륭한 인물 뒤에는 더 훌륭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할리웃 영화계의 거목 스티븐 스필버그,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에게도 이런 부모가 있었다.

스필버그의 경우 아버지가 아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어느 날 밤 잠자던 아들을 깨워 차에 태우고 사막 한 가운데로 가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관찰하게 한 괴짜 아버지였다고 스필버그는 회상한다.

에디슨의 천재성도 부모의 작품이나 다름없었다. 왕성한 호기심 때문에 학교의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에디슨은 교사출신 어머니로부터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책을 읽으면 무조건 독후감을 쓰도록 해 내용을 나름대로 해석하게 하는 등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꾼 인물들을 키워낸 부모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현명한 부모는 누구보다 빨리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독립심을 키워준다. 또한 아이의 상상력을 믿어주고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부 열심히 해라” 하고 다그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교육방식이다. 주류 교육계에서 30년 이상 몸담은 수지 오 3가 초등학교 교장은 최근 한인 부모들을 대상으로 가진 교육 특강에서 “한인 부모들은 자녀의 담임선생을 찾아가 ‘숙제 많이 내 달라’고 부탁하지만 유대인 부모들은 선생에게 ‘숙제 적게 내 달라”고 요청한다“고 소개했다.

한인들은 아이에게 자유 시간을 많이 주면 놀면서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유대인들은 아이가 마음껏 놀고,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할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12학년생들은 지금 대입원서 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서작성 시즌이 지나고 3~4월이 되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에 한인학생이 줄줄이 합격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릴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명문대 이후‘가 중요하다. 정상급 대학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입학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한인부모들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게 뜨겁다. 한인 엄마 셋이 모이면 자녀 교육을 주제로 하루 종일 열변을 토할 정도다. 아이를 초등학교 영재반(GATE)에 넣기 위해 프리스쿨 때부터 치열한 정보전과 탐색전을 벌이는 것도 다반사다.

자녀교육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도 좋지만 포커스를 어디에다 두느냐가 더 중요하다. 영재반 입성, 명문대 진학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근시안적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자녀의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훗날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결국 부모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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