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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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리빙 트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2011-1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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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중 칼럼

이민사회의 연륜이 쌓이면서 가끔 3세는 물론이고 한인 이민 4세의 젊은이도 많이 만나게 된다. 그와 더불어 우리 한인 이민사회도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서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미국 전역에 코리아타운이 있고 한인 상권이 날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 조국의 국력이 강해지는 것에 비례해 미주의 한인 커뮤니티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어떤 민족 앞에 내어 놓아도 자랑스러울 만큼 발전해 왔다.

그러나 무슨 일에나 밝고 긍정적인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있는 것같이, 세월이 흘러 오늘의 미주 한인사회가 있게 한 주역인 한인 1세나 2세들 중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그다음 차례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그 어려운 이민생활을 하고, 경제적 부를 이루어놓고 나서도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럴 때 상을 당한 유족들에게 슬픔 이상으로 당황하게 되는 일이 남겨진 재산의 처리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선 이런 경우엔 보통 유산상속을 받게 되는 직계가족에게 바로 상속되지 않고 이 상속과정에 법원이 깊게 관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프로베이트(probate) 즉, 법정관리이다.


유언장이 있건 없건 법원이 고인의 재산을 일련의 절차를 거친 다음에야 피상속인에게 상속이 되도록 한다. 이때 법원은 유언장의 검증, 법정 관리인의 선정, 상속재산파악과 채권자 검증, 그리고 유산상속인들에게 재산분배 허가 등으로 관여하게 된다.

다행히도, 리빙 트러스트를 설립해 놓은 경우엔 최소 9개월에서 1년6개월(심한 경우엔 몇 년씩 걸린다) 정도나 소요되는 유산상속 절차를 면하게 되며 엄청난 비용절감의 혜택을 볼 수 있으니 미리 미리 준비해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 등이 조언한다.

또한 이 프로베이트에 가게 되면 아무리 급해도 법정의 절차가 완결될 때까지는 재산의 처리나 매매에 법정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미국은 각주(state)마다 유산상속 절차와 주법이 다르긴 하지만 모두 비슷비슷 하다. 캘리포니아 법은 재산 합계가 10만달러 이상이면 유언이 있고 없고 와는 상관없이 유산을 검증하기 위해 법정관리(probate court)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은 2만달러 이상이니까 모든 부동산은 다 해당 될 수밖에 없다.

유서(will)가 없을 때에는 유서 부재의 법령(intestate statute)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빚과 적법 상속인을 확인하고 정립한다. 그리고 이런 상속의 모든 내용들이 공공(public record)에게 알려질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가족 특히 형제간의 갈등 같은 일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

또한, 이 프로베이트의 큰 문제점은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엄청난 비용 발생이다. 이 비용이 많으면 전체 자산의 10% 정도까지도 발생한다고 하며 부채를 뺀 순수 자산금액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빌린 부채나 은행융자 잔액까지 포함된 총 재산에서 계산되니 엄청난 금액이 된다.

이때 발생되는 비용을 프로베이트의 과정 중에 지불되어야 상속이 완결되기 때문에 상속인이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경우와 재산분할을 위해 급히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것을 보통 프로베이트 세일이라고 한다.

그러면 부동산의 프로베이트 세일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프로베이트 세일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법정 확인을 필요로 하는 법정 확인(court confirmation)이 있고, 간단히 법정의 확인 없이 부동산의 매매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법원의 확인이 필요 없는 경우(no court confirmation)에는 일반 매매와 같은 방법으로 구매자로부터 오퍼를 받아 진행시키는 방식이다.


부동산 판매에 선정된 리스팅 에이전트가 미리 정해진 날짜까지 바이어의 오퍼를 받은 다음 이것을 법정 대리인에게 넘겨 바이어를 선정하는 방식인데 대부분의 경우 법원에서 지정한 법정 대리인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를 선택하게 되지만 요즘 같이 융자가 까다로운 때는 시간 절약과 확실한 구매자를 찾아 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현금으로 구입을 할 수 있는 바이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법원의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우선 바이어가 보낸 오퍼를 접수한 법정대리인이 미리 지정한 날짜에 법정에서 세일(옥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만약 옥션이 진행되는 당일 다른 바이어가 제출한 최고가보다 더 높은 금액을 써서 제출하면 해당 주택은 높은 가격을 적어낸 바이어한테 넘어간다.

즉 여러 개의 오퍼가 있어도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더 높은 오퍼를 써 내면 보통 그 집은 제일 높은 오퍼를 한 바이어에게 팔리게 된다. 그러므로 법정 확인이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경우는 판매에 시일도 많이 소요되지만 경쟁이 많다보면 적절한 가격보다 더 비싼 값에 매매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프로베이트 세일로 나온 집을 사려는 바이어는 보통 은행 매물정도밖에 되지 않는 낮은 리스팅 가격이 매력적이긴 하나 일반적으로 프로베이트 세일로 나온 매물은 대개는 처음 제시된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서 매매가 되고 대부분의 경우 집이 낡아 수리할 곳이 많은 편이며 구입 후 수리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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