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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세일이냐 포클로저냐 뱅크럽시냐

2011-10-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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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클럽

일전에 한 고객이 사무실로 오셔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면서 주택을 처리해야 하는데, 차압과 숏세일, 그리고 파산(bankruptcy), 어떤 게 좋은지 자문을 구하였다. 그 분 은 파산을 해서 성공하면, 현재의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방법도 있고, 게다가 숏세일이 잘 안 되면 머지않아 포클로저로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데 이 경매를 조금이라도 연기하기 위해서라도 뱅크럽시를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이었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숏세일로 집을 정리하든, 포클로저로 집이 넘어가든, 여하 간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비워주고 나가야 하는 입장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금 현재 페이먼트를 내지 못하고 사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인데, 집이 정리되고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면 당장 렌트비를 내어야 할 텐데 그것이 참 걱정이다. 이럴 때에는 조금이라도 현재의 집에서 더 머무르는 방법으로는 뱅크럽시를 선택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사실 파산, 즉 뱅크럽시는 경매를 연기시켜 주기도 하고 또 본인의 집을 소유할 수도 있게 하니 주택 소유주로는 참 좋은 법적 혜택이다. 게다가 부부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되어 있으면 한 사람만 뱅크럽시 밟고, 다른 한 사람은 크레딧이 살아 있으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파산은 이를 선택할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아시는 것처럼, 미국에서의 파산이란, 주변의 채권자로부터 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파산이 성공하게 되면, 최근까지의 모든 빚이 동결, 해제 또는 삭감되는 좋은 결과를 갖게 되는 반면에, 채권자 측에서 보면, 주택자금을 빌려 주었거나, 은행 카드 론을 사용하게 해 주었거나, 개인적으로 자금을 빌려준 경우에는, 꼼짝없이 떼이고 마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채권자(은행이라고 하자) 측에서 보면 뱅크럽시는, 은행이 정상적으로 자금을 잘 빌려 주었으며, 은행 측에서는 아무 잘못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인의 경제사정이 힘들다 하여 빌려준 돈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되어서, 은행 측으로서는 지극히 억울한 것이 된다. 그래서 은행이 예전에 파산기록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7년에서 10년 정도의 기간에 대출 등 은행이 주는 여러 혜택을 금지하는 것이다.

일전에 주택을 렌트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어서 application과 credit report를 조사하니, 2006년도에 뱅크럽시를 한 기록이 나와서, 즉시 집주인이 렌트를 주지 않겠다고 거절하는 경우를 보았다. 이렇듯 여러 경우에서 파산기록은 개인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선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마음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뱅크럽시를 생각하겠지만, 유능한 전문 변호사들이 성공을 시켜 주겠지만, 성공하고 난 뒤의 개개인에 대한 크레딧 회복과 새로운 사업 및 새로운 삶의 시작에 대해서는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으며, 아무런 도움도 받기가 어렵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예전에 많이 비축해 둔 재산이 모두 사라지고 여기저기 빚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빚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자. 빚을 얻는다는 것은 신용을 받아 사용한다는 뜻이다. 부끄럽거나 미안한 느낌을 가지면 안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빚을 얻어 사용하고 있다. 원래 삶이란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으로부터 빚을 얻어, 보람되고 알찬 일에 잘 쓰고, 그에 상응하는 이자를 주면 되고, 잘 얻은 빚을 잘 쓰다가 나중에 죽을 때, 잘 갚고 죽으면 된다. 지금 이자 못 갚으면 나중에 조금씩 천천히 갚으면 된다.

특히 주택의 경우에는, 그냥 뱅크럽시를 하지 말고, 숏세일부터 먼저 시작하고, 안 되면 포클로저를 하고, 그런 후에 뱅크럽시를 생각하도록 하자.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히 남아 있는 30대, 40대 고객들께서, 작은 집 하나, 카드대금 몇만달러 때문에 힘들다고 바로 쉽게 뱅크럽시를 생각하면 안 된다. 몇백만달러, 몇천만달러를 사용하였으면 몰라도!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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