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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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 쓰는 인생(2)

2011-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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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중 칼럼

스티브 잡스가 갔다.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1955년에 태어나 결코 길지 않은 50여년을 살며 컴퓨터와 음악 등으로, 1976년 그가 애플을 창업할 당시에는 감히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지닌 10월 5일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뒤로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애플의 CEO 자리를 물러난 지 2개월 만에 사망할 만큼 병이 위중한 중에도 그는 앞으로 4년 간의 아이폰의 판매계획을 모두 세워 놓았다고 한다. 요즘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 그 중에도 첨단기기의 시장에서 몇 년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다는 것도 놀라워 보인다.

스티브 잡스 등의 업적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놀라운 변화는 물론이고 아마 앞으로 10년, IT기술이 바꾸어 놓을 우리의 삶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집집마다 몇 대씩 가지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 PC 등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아 이런 물건들이 없으면 벌써 일상생활이 불편함을 느끼는데, 기술과 아이디어의 개발에 가속이 붙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킹이 우리를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 같다.

비근한 예가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미국 지진조사기관에 알려져 알래스카에서부터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까지에 일어날 해일을 경고하기 전에 이미 트위터를 통하여 각자의 팔로워(follower)에게 먼저 알려져서 모두에게 알려졌던 것이나 이집트 혁명처럼 소셜네트웍의 영향으로 정권이 바뀌고 결국에는 문화조차도 바뀐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큰일들이나 우리의 일상생활 등이 우체국이 없어도, 수표를 쓰지 않아도, 또 신문이나 책을 읽지 않아도, 집에서나 공중전화 박스를 찾아 전화를 걸지 않아도, 노래를 들으려고 라디오를 틀거나 레코드판을 사지 않아도, 식구들끼리 모여앉아 텔리비전을 보지 않아도,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우리는 이제까지의 어느 때보다도 문명의 이기들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 살 수 있게 되려나 보다.

그 뿐인가 앞으로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물건들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사용하고 2020년 정도에는 로봇의 지능과 기능이 사람보다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사람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로봇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도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명한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혁신적인 단계가 시작되어 손상된 신체의 기능을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체의 기능을 개선하고 보강해 어떤 사람도 비범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세상이 멀지않은 장래에 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차압으로 숏세일로 살던 집을 비워주어야 되고,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자라주지 않는 자식이 있어 화가 나고 걱정이 되어도, 운영하는 사업체가 내 잘못도 없이 어렵기만 해도 그리고 내 일같이 힘을 다해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가 되었어도 아마 몇 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며 옛말 하며 사는 때가 올 것이다.

그래서 문득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을 동안 잠시 빌려 쓸 뿐입니다.”라는 빌려 쓰는 인생의 시 한 구절이 다시 생각난다.


그러니 너무 눈앞의 현실에 매달려 조급해 하지 말고 매사를 조금씩 멀리 바라보는 연습도 필요하고 그러려면 어차피 빌려 쓰고 있는, 그래서 언젠가는 되돌려 주어야 할 인생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 중의 일부인 부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렇게 세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이것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많은 필수품들과 제도들이 사라져도 어쩌면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 때문에 비행소년이 되었을 지도 모를 그래서 학교를 자주 결석하였던, 어린 시절의 스티브를 극진히 사랑했던 그의 양부모를 비롯한 주위의 사랑이 그를 역사에 남을 스티브 잡스가 되게 한 힘이 된 것처럼 인간관계에 연결고리가 되는 사랑이 가장 귀한 덕목으로 끝까지 남아 있게 되면 어려운 중에도 한 번 힘차게 살아볼 만한 것이 이 세상이 아닐까 싶다.

다시 스티브 잡스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는 아타리’라는 게임회사에 친구인 스티브 위즈니악이 개발한 게임을 소개해서 팔아 5,000달러를 받고 친구인 위즈니악에겐 700달러만 받았다고 하며 350달러만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런 영악한 면도 있는 스티브 잡스를 사랑의 힘으로 감싸던 양부모가 대학 등록금을 대는 것을 힘들어 하자 대학을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를 하고 거의 독학으로 공부를 하였다 한다.

어린 시절 학교 가기를 싫어하던 스티브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매일 막대사탕을 준비해 둔 부모와 교사를 비롯하여, 그의 주위엔 그를 사랑한 많은 친지가 있었고 아내와 네 명의 자녀를 비롯해 성인되어 만난 여동생 등 가족도 있어 그는 사랑받는 천재이자 사랑받는 탁월한 경영자였다.

스티브 잡스가 임시로 치고 살던 장막과 같은 이 세상을 떠나 본향으로 돌아갔으니 편안히 영면하기를 빈다.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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