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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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

2011-10-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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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 60세이상의 남자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고있는 아브라함 선 교회가 있는데, 그 선교회에 서 몇달전부터 LA에서 왕성 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글 포 토 사진 클럽의 후원으로 노 인들을 위한 장례식용 영정사 진을 염가로 찍어주겠다는 공 고를 내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신청자들 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영정사 진이라는 것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인데, 장 례식용 이라는 내용이 죽음 을 전제로 하는 말이기 때문 에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 선 뜻 내키는 말이 아닌것 같았 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영정사진을 일찍 찍으면 그만큼 일찍 죽는다”라는 말을 하면 서 쉽사리 응하려 하지 않았다.

생각다 못한 선교회측에 서 공고내용을 바꾸어 노인용 독사진을 염가로 촬영해 주겠 다고 다시 공고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 그때 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촬영 을 신청하였다. 나도 오래 전에 신청을 하 고 촬영당일 오후의 다른 스 케쥴때문에 먼저 일찍 촬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예배 가 끝나자 마자 부지런히 촬 영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촬 영장에 도착하자 예상외로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들어 촬영 장은 때아닌 혼잡을 빚어내고 있었다. 주최측에서는 갑작스 레 몰려들어온 신청자들을 정 리하기 위하여 번호표를 만들어 순번을 정하여 화장을 하고 대기하는 장소를 마련하는 등, 촬영장은 한동안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글 포토 사진클 럽에서 나온 20명 가까운 남 녀 봉사자들도 일찍부터 나와, 무대 조명와 시설을 설치하고 십여대의 카메라를 점검하며 또 신청자들의 명단을 점검하 는 등, 각자 맡은 분야에서 준 비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다행히도 11번의 번호표를 받아 비교적 일찍 촬영을 할 수 있 었고 다른 스케쥴에도 지장없 이 촬영을 마칠 수 있는 번호 였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숨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나이든 교인들이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을 찍기위한 단장과 화장에 여념이 없었다.

촬영을 신청한 대부분의 교 인들이 70대 이상의 나이든 분들로서 그래도 나이보다는 사진을 좀 더 젊고 예쁘게 보 이도록 찍으려고 양복과 넥타 이 등, 깨끗하고 단정한 복장 은 기본이며 다른 준비들을 많이 하고 온 분위기였다.

어떤 여자분들은 이 사진을 찍 기위하여 일부러 미장원가서 머리를 다듬고 왔다고도 하였 으며, 또 다른 어떤 여자분은 자신의 사진이 잘 나오도록 화장을 좀 고쳐달라고 분장을 담당하신 분에게 신신당부하 기도 하였다. 그 태도가 너무나 진지하고 열정적이어서 옆 에 보고있던 내가 “오늘 사진 찍은 모습 그대로가 바로 영혼의 모습으로 나올거니까 그 분 화장 좀 잘 해 주세요”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분장 을 담당하신 여자분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알겠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도록 이쁘 게 잘 화장해 드리지요”라고 대답하였다.

이윽고 나의 차례 가 되어 조명을 받으며 카메 라 앞에 섰는데 막상 지금 찍 는 사진이 바로 나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만감이 교차하면서 자연 마음이 긴장되고 표정도 자연 스럽지 않은채 자꾸 굳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십여명의 촬영 봉사자들은 노련하고 익숙하게 우스개 말을 던지며 나의 긴장 을 풀어주는 한편, 한 순간의 자연스럽고 좋은 표정을 잡아 내기 위하여 연신 셔터를 눌러 대었다.

이윽고 사진촬영이 끝나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다음 스케쥴을 향하여 부지런 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2주 일이 지난 일요일, 마침내 기다리던 나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이 도착하였다. 사진은 실제 나의 모습보다 더욱 젊고 온화하며 자연스럽고 평화스 러운 모습으로 잘 나와 있었다. 이렇게 의미있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하여 수고와 봉사를 아끼지 않는 이글 포토 사진클럽의 바비 배 회 장님을 비롯한 여러회원들에 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 다.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
(310)968 - 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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