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인권법은 그림의 떡인가?

2011-10-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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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최근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 음악회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북한자유연합의 대표 수잔 숄티가 참석한 행사였지만 한인 언론과 동포사회의 무관심으로 아주 조촐한 음악회가 되었다.

말로만 듣고 언론에서만 보았던 숄티 대표를 주위 사람의 소개로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태국과 중국에서 온 첫 탈북자의 영주권을 무료 변론한 전 변호사라고 전하니 숄티 대표의 눈이 커지면서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앞으로 있을 행사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기로 했다.


나는 숄티 대표에게 한국인도 아니고 한국에서 산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도 잘 하지 않는 탈북자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 주어 한국인을 대신하여 감사하다고 전해 주었다. 그리고 탈북자 인권과 같은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숄티 대표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해 주었다.

미국인이 관심을 갖고 돕고 있는 탈북자 인권문제가 우리에게는 왜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있는가? 생각컨대 탈북자의 인권은 정치적 눈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탈북자의 인권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요구하는 법적 울부짖음이고 또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 이민법상 탈북자는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올 수가 없다. 난민으로 망명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정치적 이유로 인한 박해와 본국으로 되돌아가면 부당하게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증명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탈북자는 정치적 이유로 북한을 탈출한 것이 아니고 굶주림으로 인한 경제적 이유로 탈출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입국이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탈북자의 인권이 심각한 상태가 되자 미 의회는 2004년 10월에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켜 탈북자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여 미국 입국을 가능하게 되었다. 이 법은 2008년 9월에 다시 4년 더 연장되었다. 그러나 한국 국회에서는 아직도 북한 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숄티 대표는 요덕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어느 탈북자의 미 의회 증언과, 워싱턴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의 탈북자 북송 중단을 요구하는 데모를 하는 등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서로 교차하였다.

현재 북한 인권법에 의해 미국에 온 탈북자는 이제 겨우 100여명 밖에 안 된다. 북한 인권법은 있으나 미국에 오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다각적인 외교와 협상을 통해 탈북자들이 태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국을 통해 미국 입국이 가능하도록 유엔 난민기구(UNHCR)의 폭넓은 역할이 절실히 요청된다.

북한 인권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주 동포의 절대적인 지지와 후원이 필요하다. 북한 인권법이 탈북자에게 ‘그림의 떡’이 아니라 ‘축복의 삶’이 되게 하는 것도 바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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