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입맛 일맛 살맛 그리고 참맛

2011-09-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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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금강산도 식후경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이 먹는 것은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예수님도 먹는 것의 중요성을 인정하셨고, 그래서 제자들에게“오늘 날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
하루를 시작할 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달라질 뿐 아니라 하루 전체에 영향을 준다. 미국 생활에 익숙한 이민자들은 아침에 대부분 커피와 빵을 먹게 된다. 커피의 향기와 맛, 그것이 인생의 맛이다. 비록 커피의 첫 맛은 쓰다할지라도 음미하면 달콤하고 구수한 것을 느낀다. 바쁘지만 짧은 시간만이라도 아침을 생각하며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때 입맛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을 방문한 한국 사람들은 우리 이민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는 것을 보고 때로는 의아하게 여긴다. 물론 한국의 지금 현실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고통이라면 일하지 않으면 하루라도 살 수 없는 환경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슬프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을 때에 일하는 노동의 축복을 믿음으로 받아들인다면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데살로니가후서 3:10)”고 하신 성경의 말씀을 늘 기억하면 아침의 입맛이 오늘 일할 수 있는 일맛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살아가는 것은 경쟁이다. 다툼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여러 사람을 만난다. 혈액형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체질과 성질, 성품, 모양도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은 좋고, 또 어떤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자긍과 자존감이 생기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때도 있지만 열등감과 좌절, 자괴감, 수치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자기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웃음을 갖게 되지만 그러지 못할 때 얼굴도 어둡고 사는 것 자체를 원망하게 된다. 그러면 살맛이 없어지게 된다.
소설가인 앤 라못(Anne Lamott)이 지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Grace Eventually: Thoughts on Faith)’에서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힘은 남을 용서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 용서는 자기에 대한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야 하고, 살면서 힘을 내야 할 이유는 우리가 모두 연약하고, 힘이 없는, 그리고 너무나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을 서로 인식하고 인정하고 살 때이다.
내 옆에 어느 누군가가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때 힘이 되고, 살맛이 나게 된다. 그래서 따뜻한 가족, 믿음직한 성도, 친근한 동창, 그리고 만나면 반가운 친구가 고맙게 여기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사랑하고 살아야 할 이유이다. 그것 때문에 살맛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살맛이 나면 정말 인생의 참맛이 무엇인지 경지에 오르게 된다.
인생은 마치 엉클어진 정글을 헤쳐 나오는 것과 같다. 이리 가면 좋은 길이 나올까, 저리 가면 좋은 길이 나올까 아무리 방황하지만 결국 길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이다. 그 길은 누가 대신 갈 수 없는 길이다. 서로가 이 길이 맞는 길이라고 하지만 그 맞는 길은 자기만이 아는 길이다.
이 길을 가르쳐 주시는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복음14:6).” 이 길을 가는 자만이 참맛을 알게 된다. 그 어느 누구도 느껴보지 못한 유쾌하고, 짜릿하고, 가슴에서부터 솟아나오는 샘물 같은 기쁨이 나는 길, 그 길이 바로 믿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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