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떠내려가는 나이

2011-09-3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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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호 수필가, MD

갈매기 늘어진 날갯짓 사이로
시들은 바다색깔 냄새가
비릿하게 실려져 움트고 있다

날개 속에 담겨있던 나이
파랗게 애 띤 나이들은 뽑혀 나가고
잿빛 나이만 촘촘하게 엉겨 있다
검은 바다물이 다 된 잿빛 나이는
돛 없는 배에 실려 배회하면서
터진 틈으로 나이가 새어 나온다
졸음 오는 배를 따라가던 갈매기는
물에 흘려지는 잿빛을 주워 먹는다.

잿빛 나이에 배불러진 바다는
무게에 짓눌린 해안으로 떠밀려가면서
자기도 헤아릴 수 없는 나이를
하얀 포말에 둘둘 말아 넣는다
포말을 잡아먹은 바다 위에는
잿빛 나이들만 방향을 잃고 부유하고
잿빛으로 이미 변해버린 갈매기는
바다보다 하늘 속으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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