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과 인류의 역사

2011-09-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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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니, 미국경제의 상징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화염 속에 불타고 있었다. 먼지의 먹구름 속에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숨 막히는 광경들, 영화 속 지옥의 장면 같았던 9.11 참사가 터진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이 날 테러로 인해 2,970명이 사망했고, 분노한 부시 대통령은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적을 응징하겠다고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이란과의 끝없는 게릴라전은 계속되고 있다.

역사 이래 계속되어 온 전쟁의 참혹함을 지구상의 인류는 다 아는데도 왜 전쟁은 되풀이될까? 트로이 전쟁을 서사시로 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보면 3,000년 전에 살았던 그들도 현재의 인류와 똑같은 이성과 욕망을 소유했기에 10년에 걸친 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2,500년 전에 이미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나 중국의 공자, 인도의 석가모니에 의해 인간의 지혜가 전부 나왔는데도, 인간들의 전쟁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1차, 2차 대전을 겪었음에도, 해마다 지구촌에서 전쟁 없는 날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는, 잔인한 전쟁 속의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인간의 욕망 때문일까, 무지일까? 오늘 날 문명의 발전으로 통신수단이 발달되어 지엽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세계는 하나의 집안처럼 좁아져버렸다. 이제는 인간가족이라는 자각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아프리카 오지에서 인간애를 실행하는 많은 선인들을 볼 수 있다.

정의와 사랑은 겟세마네 동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메카의 신전에만 있는 것도 아니기에 상호 화합의 길을 택해서 평화와 사랑의 세계를 구현하는 21세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달, 내 생일에 지인으로부터 ‘십자군이야기’라는 책 선물을 받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같이 팩션 소설로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이다.

그리스도교 국가인 비잔틴제국은 7세기 전반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일어난 이슬람 세력에 의해 시리아, 팔레스티나, 이집트, 북아프리카를 잃고 소아시아까지 이슬람 세력이 육박해 오자 로마 교황에게 원군 파병을 요청한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며 설사 이교도와 싸우다 죽더라도 너희의 죄를 용서받게 된다는 우르바누스 2세 교황의 설교로 성도 예루살렘의 탈환을 목적으로 십자군 전쟁은 시작된다. 중세기인 1096년에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세계 역사상 가장 긴 200년 동안 계속된 종교전쟁으로 정복지에서 종교가 다른 사람은 모조리 죽여 없애는 광기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종교전쟁은 영토전쟁이나 다른 이념 전쟁보다 더욱 잔인한 전쟁 같다. 역사를 돌아보며 2001년의 9.11로 인해 더 이상 전쟁이 계속되지 않기를 더구나 종교전쟁으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사회에서 지배욕과 충동은 인간의 공통된 본질이기 때문에 이러한 처참한 분쟁은 끈임 없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가 사랑과 인간영혼 구제의 본질을 추구한다면 무고한 인간을 살상하는 이와 같은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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