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望鄕)
2011-09-09 (금) 12:00:00
이번 주말 지나고 12일이 추석(음력 8월 15일)이란다.
누구나 이때가 되면 고향이 그리워지고 이런저런 사유들로 인해 고향에 갈 수 없는 경우 더욱 안타까움과 애처로워짐이 극에 달하는 계절이다, 금년은 유난히도 폭염과 수마(水魔), 미 동부에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5.8강도의 지진 등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피폐하게 해준 잔인했던 여름이었던 것 같다.
피땀으로 이룩한 수확의 계절, 온 가족들이 모여 그간의 노고와 결실을 조상님께 보고하며 자축하는 추석이지만 마냥 축제 분위기에 휩싸일 수만 없는 것 같다. 남북이 가로 막혀 도저히 가볼 수 없는 남북이산 가족들의 실향(失鄕)의 아픔을 어찌 헤아려 볼 수 있을까?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장을 흔히 고향이라 하지만 특히 가볼 수 없는 경우가 될 때 나는 마음의 고향을 생각하고 싶다. 그곳은 다름 아닌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이다. 어머니의 그 따뜻한 품속은 생각만 해도 우리들의 움츠려든 마음을, 가슴을 활짝 펴게 해 주는 것 같다. 어머니의 품속은 그 어느 누구도 가로 막을 수 없고 어머니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것이기에 우리들은 어느 때라도 느끼며 찾을 수 있는 우리들의 보금자리요, 진정한 고향이다. 어머니들은 항상 자식들과 함께 함으로 이승저승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이웃집에 지난 노동절날 그간 잘못 전해졌던 소식으로 인해 저승에 갔다가 이승에 다시 오신 90이 넘은 할머니가 있다. 우선 어찌나 놀랍고 기뻤는지, 그 이웃 할머니를 만나서 너무 너무 기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동네에서 그 할머니는 터줏대감으로 35년 이상(내가 26년) 사셨는데, 요 몇 년 동안 통 뵐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매년 겨울을 보내시는 플로리다의 집에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곳 버지니아 집은 그대로 있고 자식 내외가 살지만 물어볼 수 없어 그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지내왔다.
어느 날 산책 시 웬 색안경 낀, 좀 뚱뚱한 할머니가 워커(Walker)에 의지하며 뒤뚱뒤뚱 걸어서, 그 할머니 집으로 막 들어가려 하지 않는가! 나는 반신반의하며 “맥도널드 부인 아니신가요?” 하였더니 색안경을 벗으시며, 내 이름(물론 내 성씨)을 부르는 게 아닌가! 나는 그저 만나 너무 기쁘다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원, 세상에 이럴 수가? 저승에 가셨다가 볼일이 있어 다시 이승에 오신 것만 같고 꿈인가 생시인가 영 구별이 안 갔다. 이승과 저승을 자유왕래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인가? 아니면 그 이웃 할머니는 특별 왕래표를 갖고 계신건가? 흔히들 사람이 죽었을 때, “돌아 가셨다” 하지 않는가! 어디로? 왔던 고향으로 이겠지!
착한 이들은 물론 사실은 회개한 탕자들을 더 좋아하신다는 주님, 그분의 따뜻한 품속, 영원한 안식처인 고향, 주님께서 마련하신 그 고향으로 언제 되돌아갈지 모르나 오늘도 내일도 부지런히 덕을 쌓아야겠다. 귀향에 관계없이 덕은 쌓으면 쌓을수록 좋은 것이니 부지런히 덕을 쌓는데 주저 말아야겠다고 이번 추석 한가위 달을 보며 빌어야겠다.
문성길
의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