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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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과학을 하는 기쁨

2011-09-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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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퀸즈칼리지 화학과 교수·재미과학기술자 협회)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새로운 것을 알고 터득하는 기쁨만큼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것을 찾기는 힘들다. 물론 지식과 이해가 물질화되고 금전화 되는 데에는 시간과 많은 외적 요소가 필요하지만 시작이 없으면 끝이 없듯이 ‘앎’이 우리 인간사회에 궁극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반대로 무지함에서 비롯되는 낭비와 고통은 더 크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많은 과학이 이러한 고통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흔히 과학하면 자연과학을 일컫지만 더 포괄적으로 보면 체계적이고 객관화된 지적 추구과정을 과학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개인을 초월하고 한 사회와 문화를 초월한다. 개인의 인생 철학은 있지만 개인의 인생 과학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초월함은 무관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족성과 문화적인 자양분에 따라서 과학의 방향과 문제해결 방식이 달라진다. 그래서 두 문화가 접목되는 환경에서 혁명적인 과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성공한 과학자들 중에서 이민 1-2세대가 많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참된 과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동의 언어와 개념체계가 필요하다.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에 비해서 자연과학이 명확히 구별되는 이유는 그러한 언어와 개념을 찾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보편화된 언어와 개념이 손쉽게 분쟁 없이 획득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자연과학도 인간적인 것이기에 그 형성 단계에서는 주관성과 분쟁이 상존해왔다. 불완전한 개념들이 완성되고 논리적인 모순들이 수정되는 데에는 끊임없는 검증과 토론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립된 과학적인 지식과 사고체계야 말로 ‘참’지식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은 몇십 년 전에 비하면 그 방대함과 복잡성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개념을 체계화하고 언어의 착오를 없애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끊임없는 논쟁 후에도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훌륭한 실험을 하더라도 단면적이거나 한시적인 현상을 보기가 십상이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실험들과 정확한 이론적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점점 공동연구와 공개적인 논쟁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강조하는 과학교육은 지식의 습득과 전형화 된 문제 해결 능력이다.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으로 중요한 것들은 도전의식, 장기적인 사고능력, 새로운 것에 대한 진정한 갈망, 삶과 자연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 통찰력, 인내심 등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적극성과 자신의 의견을 토론을 통해서 관철하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들을 학교에서 시험으로 파악하거나 평가하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 속에서 혹은 직접 연구를 통해서 스스로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요즈음 미국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혹은 학부과정에서 직접 연구경험을 쌓는 것에 큰 비중을 둔다. 그리고 연구과정을 통해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계 학생들은 과학적 재능은 있지만 연구 참여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사실 연구에 있어서는 시작이 그 이상이다. 자기에게 적절한 주제와 멘토(Mentor)를 찾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교수들이 교육적인 차원에서 고등학생들이나 학부학생들을 지도하지만 자신과 대학원생들의 연구에도 바쁘기에 봉사 정신이 없으면 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새롭게 연구 경험을 쌓고자 하는 학생들은 수줍어하거나 기회가 없다고 체념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멘스(Siemens)나 인텔경시대회(Intel Competition)에 마음을 두는 학생들은 9학년 때부터 연구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최대한의 노력을 하면 자기 적성에 부합하는 중요한 연구의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일단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면 성실함과 인내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특출 난 대학원생이어도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내는 데에는 최소한 1년 정도의 밤낮 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초지식이 없고 제한된 시간을 가진 고등학생들이나 학부생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저 ‘연구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경험의 차원을 벗어나기 힘들다. 선입관이나 시기상조적인 기대감을 버리고 경험과 대화를 통해서 배우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자기 스스로 열심히 하는 독립적인 정신이 필요하다. 더욱 첨단화 되고 전문화 되는 세계에서 직접적인 연구 경험은 향후에 어떤 길을 가던지 중요한 인생의 밑거름이 된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참된 성취와 자기발견의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한국계 학생들의 연구 참여와 부모님들의 격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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