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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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자폐아 양육기 ⑧자폐인 사랑캠프

2011-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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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희 교사(뉴커머스고교)

올 여름 필자는 아들 에반이와 한국을 방문했다. 에반이가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처음 방문하는 한국이기에 한국의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성숙도가 얼마나 여물었는지에 일찍부터 깊은 관심을 기울여오던 터였다. 다행히 이번 방문에서 한국에서 자폐에 관련된 일을 하는 전문가들과 기관들을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이어졌는데 그 첫 번째 기회가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 주최하는 ‘전국자폐인사랑캠프(이하 사랑캠프)’였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한국 최초로 자폐인들을 위한 사단법인 단체로서 매년 자폐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여름 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로 6회를 맞았다. 경기도 안성의 너리굴이라는 문화마을에서 개최된 이번 2박3일 사랑캠프는 400여명의 참가자와 운영진으로 이뤄졌으며 필자에게 한국의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차근차근 긍정적으로 여물어가고 있는 과정을 단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랑캠프는 자폐아를 둔 가족이 모두 참가하는 캠프이며 자폐인의 연령은 에반이와 같은 어린 아이에서부터 30대 초반의 성인까지 다양했다. 따라서 참가한 부모들의 연령층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자폐아들은 짝꿍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짝꿍들에게는 일대일 자원봉사자가 대동하는 체제로 이뤄져 있었다. 일대일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에 관련된 전공학과 대학생들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은 부모들이 강연이나 지부 모임 등의 부모 프로그램이 있을 때 부모들이 아이와 떨어져 있을 수 있도록 물총 서바이벌, 수영, 도미노 놀이, 마술쇼 등 다채롭게 준비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짝꿍들을 참여시키는 보조교사 역할을 했다. 자원봉사자들과 부모들은 서로의 휴대폰 번호를 사전에 교환해 두도록 권장되었기에 아이와 부모가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전화나 문자로 아이의 상황을 서로에게 알릴 수 있어 장애를 지닌 아이의 걱정이 항상 앞서는 부모들에게 큰 안도를 안겨주었다.


부모들을 위한 강연 또한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다. 서대문장애인복지관 박영숙 사무국장의 ‘장애자녀의 발달과정에서 직면하는 과업과 이에 대한 수용과 개입’과 같이 자폐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강연이 있는가 하면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같이 ‘장애 부모로서 자신의 이야기와 리더십’은 장애인의 부모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강연도 있었다. 이후 이어지는 여러 가지 소강연 또한 ‘중년기 건강관리’나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등의 자폐아를 둔 부모를 위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내용으로 이어져 있어 아주 인상적인 시간들이었다. 저녁시간에 열렸던 사랑의 음악회나 캠프파이어 또한 짜임새 있고 알찬 볼거리로 구성돼 있었으며 모두 자폐아의 가족이기에 아이의 돌발행동에 언제나 일반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어야만 했던 마음을 한껏 내려놓을 수 있었던 편안한 시간이었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지부모임이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서는 서울, 강원, 경기, 대전, 전북, 부산, 제주 이렇게 7개 지부로 나눠져 있는데 필자의 가족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관계로 경기지부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경기지부 지부장 박성열씨는 부모들이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해 각 지역에서 자폐아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거나 법안을 올리고 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 협회 안에서 탄탄한 부모들의 네트웍와 끊임없는 교류로 지역차원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지부모임은 자폐인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개발 등에 있어 부모들의 네트웍 형성을 중시함으로써 사랑캠프가 일회 소모성이 아닌 영향력 있는 생산성을 지닌 모임으로 자리 잡는데 크게 일조했다. 박성열 지부장이나 협회 회장인 김용직 변호사 또한 자폐아를 둔 부모인 것은 절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자폐아를 두었다는 사실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길이나 자폐아의 부모이기에 좁게는 그들의 아이와 같은 자폐아를 위하여 넓게는 서로의 다름이 인정되고 포용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데 이렇게 적극 발을 디뎌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들의 원동력은 사랑캠프라는 자폐아들을 위한 따뜻하고도 의미 깊은 큰 이벤트를 거뜬하게 소화해내고 있으며 다방면에 걸친 그들의 끊임없는 활동은 한국에서 분명 자폐인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를 이끌어낼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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