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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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위사이콘 고등학교 12학년 박세린 양

2011-08-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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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꽤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중에서도 중요한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단순한 암기 과목이라면 몰라도 소위 말하는 국, 영, 수 과목 시험을 (95점도 아닌)하나도 틀리지 않고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대단한 공부벌레들만 할 수 있는 위업이라고 생각했었다.

필라델피아 인근 위사이콘(Wissahichon) 고등학교 12학년인 박세린(Celine)양은 기자가 처음 직접 만나본 SAT 만점 학생이다. 그리고 만점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준 유쾌하고 활달한, 여드름이 애교있게 난 여고생이었다. 당연히 첫 질문은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으며 만점을 받을 수 있느냐”였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냥, 특별히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남들처럼 모의고사 연습하고 공부했어요.” 전형적인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류의 대답이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저는 원래 시험 늘 잘 봐요”였다.

그 말을 할 때 잘난 척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세린양은 자신의 성적이 크게 대단하거나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퍼즐을 잘 맞추거나 체스를 잘 두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저는 테스트를 보는 걸 조금 잘할 뿐이예요.” 시험문제라는 건 미리 연습하고 공부하면 풀 수 있는 것인데 남들만큼만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린양을 만난 장소는 ‘의외로’ 이 학생이 열심히 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미술학원에서였다.


세린양은 여름방학을 맞아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맨하탄 5애비뉴의 애쉬캔 아트에서 지원 학교에 제출할 포트폴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마음에 쏙 드는 학원을 자신이 거주하는 필라델피아 인근에선 찾을 수 없어 뉴욕시의 학원을 선택했고 뉴저지 뉴포트에 서브렛을 얻어 자취하면서까지 포트폴리오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목표는 미술가가 아닌 건축가다. 세린양은 ‘엔지니어이면서 동시에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건축가가 매력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적인 일을 하면서도 실용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작업한 건축물이 100년 이상 오래 지속되면서 후대에 남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세린양은 예일대나 코넬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불어 이름인 셀린은 학생이 프랑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지어준 이름이다. 그리고 아기 때 한국으로 돌아가 4살까지 살았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기억은 너무 흐릿하고 세린양의 기억속에 첫 도시는 부친이 포스트 닥터 공부를 위해 온 뉴욕이다. 이곳에서 2학년까지 다니고 다시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필라델피아로 이주했다. 비록 작업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 못하지만 마음속의 고향인 뉴욕에서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애시캔 학생들과 함께 공동으로 브루클린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세린양은 올 여름방학의 경험을 바탕으로 멋진 입학 에세이도 쓸 작정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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