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사태는 면한 것같고, 부동산 경기나 경제 문제 등 머리 복잡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칠십년대 중반과 팔십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녔던 세대가 지금은 오십대나 육십대가 되어있다.
그런 세대들에겐 요즈음 한국의 몇몇 TV 프로그램에 불기 시작한 복고열풍이 반갑게 느껴지고, 새삼 학창시절이 생각날 듯 싶다. 특히 얼마 전에 방영된 “세시봉”이란 이름이 붙은 방송이 있은 후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한국뿐
만아니라 이곳 남가주에서도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한물간 사람들인 줄로 치부하기엔 그 사람들이 우리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이 너무도 많았고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그들은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시봉과 함께 크루즈를 가자는 여행상품도 나올 정도이니 늙어가는 그들에게도 새삼 새로운 활기와 쏠쏠한 재미를 주고있을 것이리라 생각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며 매년 생일이 오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을 듯 싶은데, 지난 생일에 필자의 아내가 준 생일 선물이 일에 지친 일상에, 나름 작은 휴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노래 몇 회 분을 녹음한 CD가 그 것이다.
필요한 것은 그때 그때사서 쓰니 특별히 필요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 같이 살다보니 새삼 주고받을 것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재치 있는 선물을 고른 아내의 관심과 배려가 고맙다.
운전을 하며 듣게 되는 노래도 좋고 매 주 빼 놓지 않고 보던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을 더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 일곱명이 나와 매주 새로운 곡을 편곡해서 부르고, 500명으로 이루어진 청중단의 투표로 순위가 매겨지고 그 중에서 꼴찌를 하게 되는 한명이 탈락하고 그 대신 새로운 가수가 합류하여 다시경합을 벌이는 그 동안 미국방송에서 많이 보아온 서바이벌 쇼(survival show)의 일종이며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비주얼에 덧입혀진 음악에 식상해있던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으리라 보여진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이 프로를 통하여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가수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다고도 하고, 주변에서도 몇 명씩 모여 앉으면 전에 없이 임재범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첫 회에 출연했다 탈락한 정엽이란 가수는 이제 누구의 귀에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고 고음처리가 인상적이던 김연우 라는 가수는 한회 출연 후 바로 탈락이 되었는데 바로 이어진 본인콘서트의 6,000석 티켓이 바로 매진되었다고도 한다.
그 밖의 이제는 잊혀져가던 많은 노래잘하는 가수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디지털음원을 통해 연말까지 50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하니 경제적인 면으로도 영향력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YB밴드의 윤도현이나 R & B를 흑인보다 더 구성지게 잘 부르는 박정현이 눈에 띄더니 몇주전부터는 또 다른 R & B가수인 김조한이 나와 가수 한명 한명이 보여주는 노래 솜씨나 퍼포먼스가 보통의 오락프로에서 느낄 수 없
는 긴장감과 흥분이 느껴져 열광(?)하며 보고 있다.
지난주엔 장혜진의 애모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대중음악의 진수를 보여준 것 같았고 노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가수들의 진심이 전달되는 것 같아 출연자 모두에게 전에 없는 호감을 느끼게도 된다.
여전히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윤 도현이나 또 새로 출연하는 자우림의 여성 보컬 김윤아의 열창이며 박 정현의 공연 등 더 이상 출연가수 혼자하는 독창이 아닌 그룹사운드의 합주가 새삼 세계적인 록 그룹 퀸(Queen)이 생각나게도 한다.
작년에 데뷔한 지 40년이 되었다고 유난히 방송을 통해 많이 듣게 되었던 탓인가 보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비롯한 그들의 히트곡들을 젊어서부터 참 많이도 들었다. 필자가 학창시절 작은 음악카페의 디제이로 일한 적이 있는데, 많은 친구들이 이 그룹의 음악을 좋아하던 게 생각난다.
클럽이나 연말 모임 등 크고 작은 행사에서 또는 운동경기를 응원할 때에도 노소를 막론하고 함께 즐기는 “We will rock you”나 “We are the champions”도 이들의 노래이다. 퀸은 활동 중에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고 그 시도들이 성공하여 대중음악을 발전시키는데 많은 공을 세운 그룹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데 그 중에는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가 천체물리학 박사로 그의 논문집이 책으로 나오기도 했고,1975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방송과 투어(Tour)를 병행하기 어려워 할 수 없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 요즘 뮤직비디오의 시작이 되기도 했고 1981년까지의 히트곡을 모은 앨범이 영국 앨범 챠트에 550주나 올라있기도 했었다.
2009년까지 공연을 계속하던 그들은 그룹이 해체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들의 세시봉도 그들처럼 오래 동안 사랑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정연중
(213)272-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