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1-08-04 (목) 12:00:00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허영자(1938 - ) ‘완행열차’ 전문
칠십 년대의 잡지를 꺼내본 느낌이다. 특급과 보통급행 열차는 서지 않고 지나치는 역이 많았지만, 완행열차는 조그만 간이역까지 빠짐없이 서곤 했다. 비행기를 놓치면 고속전철을 타고 떠날 수 있는 요즈음에는 간이역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달려가는 속도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가.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을 가르쳐준 그 완행(緩行)을 추억한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