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의도 하늘에서 내리는 돈

2011-07-28 (목) 12:00:00
크게 작게
며칠 전 한국 TV에 여의도 한 빌딩 옥상에서 중년 남자 둘이서 돈 다발을 풀어 건물 아래로 만 원짜리 지폐를 뿌리는 장면이 나왔다.
사람들은 점심시간이라 거리를 메우고 모두 멈춰 서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잡으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 자리에 차를 세우고 단지 돈을 잡는 일에 온힘을 쓰고 있었다. 공짜로 떨어지는 돈을 잡는 일 말고는 이 세상에는 그 어떤 중요한 일도 없는 듯 보였다. 곧 이어 방송국마다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고 그 공짜 돈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나마 그곳에 없었던 사람들은 아쉬움 반, 부러움 반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MBC 창사 50주년 기념으로 구성한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든 실험 다큐멘터리였다.
66세의 장세준이라는 사람은 우연히 시내 외곽에 사놓은 땅이 도시 계획에 들면서 땅값이 올라가 많은 돈을 벌게 됐다. 그 많은 돈으로 장사도 해 보고 불쌍한 사람도 도와주며 또 주식에도 투자를 했는데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가까운 친구의 조언으로 광산에 투자를 했는데 운이 나빴는지 있는 돈을 다 날리고 빚까지 지고 작은 단칸방으로 밀려났다. 돈이 있을 때는 그렇게 많던 친구들이 돈이 없으니 모두 곁에서 멀어지고, 그는 인간과 돈의 슬픈 모습들을 모두 보았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단칸방이지만 아들들과 살을 부비며 살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이후 그는 사채업으로 돈을 다시 많이 벌었는데 어느 날 밤 당시 40살이 갓 넘은 아내는 수금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남편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내가 들고 있던 돈 봉투는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있고 사람들은 돈을 줍느라고 다친 환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리고 아내는 그날 병원에서 죽었다. 그 이후 패티 김 노래를 유난히 좋아했던 아내 생각에 그는 밤잠을 못 이루고 결국 몇 달간 정신 치료까지 받았다.
두 아들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사는데 아들들의 아내들은 눈만 뜨면 그 많은 아버지 재산 다툼으로 하루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허구 헌 날 싸움을 일삼는 아들과 며느리들이 보기 싫어 그는 처음에 몇 십억 모두를 빌딩에서 뿌리려고 했었다. 실제로 아들 둘을 시켜 여의도의 빌딩 꼭대기에서 돈을 뿌리겠다는 제보를 받고 방송국에서 그의 집을 찾아 가보니 자물쇠를 잠근 방에 1억, 1억 5천만원 등 만 원짜리 뭉치들이 여러 개씩 수십억이 사과 박스 안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중 2억만 뿌리고 3일 후에 신문과 TV에 광고를 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그 돈이 모두 필요하니 돌려 달라고 하여 그들이 가져오면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다가 일주일후에 누구든 가지고 온 돈의 10배씩을 보상하고, 그 이후에 남는 돈은 자선 단체와 아들들에게 3등분하여 나누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3월 27일 여의도 하늘은 만 원짜리 지폐를 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던 것이다. 어떤 남자는 78만원을 가지고 와 돌려주려 해서 780만원을 받는가 하면 우연히 비친 CCTV에 한 뭉텅이 돈을 들고 가는 사진이 찍힌 남자는 5장만 달랑 들고 오기도 했었다.
실제 오래 전에 그보다 적은 돈을 어떤 사람이 광화문 사거리 빌딩 위에서 뿌린 적이 있다고 한다. 결국 돈은 비료와 같아서 뿌리고 쓰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돈으로 인해서 가족사도 인간관계도 얼마나 바뀔 수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이다.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