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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신분, 사회적 장벽 대물림

2011-07-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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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 고등교육 받아도 원하는 직종 진출 실패확률 높아

▶ 아메리칸 사회학 리뷰

불법 체류신분의 부모를 둔 서류미비 자녀들은 고등교육을 이수하더라도 사회진출에 있어서는 부모세대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공개된 ‘아메리칸 사회학 리뷰’ 8월호에 실린 연구조사를 살펴보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불법 체류신분까지 감수하고 있지만 현실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경우가 더 많았다.

시카고대학 사회행정학과 로베르토 곤잘레스 교수가 이끈 이번 조사는 12세 이전에 미국에 입국해 현재 20~34세 연령이 된 150명의 서류미비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인생 여정을 설문방식으로 분석한 결과다. 조사결과 서류미비 자녀들은 미국인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거쳐 완벽한 영어와 교육수준을 갖추더라도 교육제도가 제공하는 합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성인이 된 뒤에는 불법체류 신분의 부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도 낮고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직종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한 대졸 학력의 서류미비자라도 고졸학력의 서류미비자와 비교해 사회진출 기회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응답자 가운데 취업 기회 확대 노력 일환으로 대학 진학을 결심한 학생은 51%(77명)였지만 이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5%(22명)와 대학원 학위까지 추가 취득한 6%(9명)의 조사 대상자 모두 자신이 희망하는 직종 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류미비 자녀의 대다수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하거나 운전면허증 취득 또는 대학진학 준비 시기인 16~18세에 불법체류 신분을 알게 되며 체류신분의 제한을 깨닫고 난 뒤에는 분노와 좌절, 두려움과 치욕감으로 일대 혼란을 겪는 것도 대부분 유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에 들어와 미국인과 동일한 교육제도 아래 성장한 서류미비 청소년들이 현행 이민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서는 또한 보다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이민정책을 마련해 나갈 필요성도 지적하고 있어 서류미비 구제 법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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