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린다 스터머 RN

2011-07-16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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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만식 기독교윤리실천 운동본부 이사

몇 주 전 긴급 상황으로 병원에 갔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뜻 밖에 심장마비라는 선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아침식사 준비를 하던 중 명치끝에 이상한 통증을 느꼈었다. 가슴을 타고 올라오는 불쾌한 통증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의료보험사(카이저 퍼머넌트)에 전화를 걸었다. 나의 가정의와 방문 약속을 주선해 달라는 가벼운 뜻에서였다. 안내에 따라 전화번호를 누르니 카운슬링 담당 간호사가 나타나 그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통증은 얼마나 되었는가? 약 30분정도 계속적이며, 팔 밑이나 어깨 부분의 통증은 아직은 없다. 아픔의 최강도가 10점이라면 지금 당신의 통증은 몇이라 하겠는가? 6+정도이다. 몇 가지 다른 사항도 연이어 질문하던 그녀가 잠시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결심이라도 한 듯 지금 곧 911을 보내겠으니 구조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앞문을 열고 있으라는 긴급지시를 내리는 것이었다.
출근 시간의 혼잡을 헤치며 훼어팩스 병원에 도착한 것은 불과 20분이 채 못 되었으리라. 각종 테스트를 끝낼 무렵 아픔의 도수는 점점 심하여 통증은 턱밑까지 올라오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이때 대기 중인 의사의 “심장마비다”라는 소리가 들리고 즉각 수술에 들어가는 양 나의 하반신 사타구니에 위치한 혈관에 무엇인가를 삽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수술이라면 실로 믿어지지 않을 촌각에 일구어낸 마법이요 요술이라 할까. 수술을 맡은 심장의는 삽입된 장치는 다름 아닌 ‘스텐트’라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일종의 튜브라고 설명해 주었다. 어쩌면 죽음으로 몰고 갈 뻔한 이 참변을 적기에 베푼 시술로 새 생명을 얻었고 흉부 절개를 하고 혈관 바이패스를 하는 번거로움도 면하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의 축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번의 우환은 실로 예기치 않은 불의의 사고였다. 평소 나의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지수는 때때로 평균 수치를 가볍게 오르내리기는 하였지만 안전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나는 나의 생명을 구해준 간호사에게 감사편지를 쓰기로 작정하고 카이저의 기록을 더듬어 보았다.‘Linda Sturmer RN’의 이름이 떠올랐다. 친애하는 린다에게로 시작, 간단한 나의 소개에 이어“나는 지금 내 혈관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스텐트는 당신이 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귀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크리미아’라는 곳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전선에서는 수많은 부상병이 생겼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었습니다.‘프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연약한 여자의 몸이지만 차마 그 참상을 볼 수가 없어 포연 짙은 전쟁터로 달려가 등불을 손에 들고 죽어가고 있는 부상병들을 간호하여 주었지요. 당신은 당신의 선배 나이팅게일이 들고 있던 그 등불을 이어받아 꺼져가고 있던 나의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 당신의 명철과 때를 놓치지 않고 내린 정확한 판단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지금쯤 이 땅에 없는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당신과 같이 맡은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세련된 직업의식을 가진 공복이 있기에 우리가 사는 이 사회와 더 나아가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미국이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항상 당신과 함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거듭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변만식. 스프링필드 버지니아’라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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