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고 싶은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갑니다.”
릿지필드 메모리얼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이채선(18)양은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은 사춘기 소녀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당찬 10대다. 자신 스스로를 별 재주가 없다며 겸손해 하지만 알고 보면 만능 재주꾼이기도 하다. 릿지필드 메모리얼 고교의 스패니시 수업에서 A-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는 ‘스패니시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이면서 교내 합창단의 알토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펜실베니아에서 열린 전국 고교합창대회에 출전, 이 양이 속한 릿지필드 메모리얼 고교가 2등을 수상했다.
이양은 버겐카운티 코러스, 북부 뉴저지 리전 콰이어, 뉴저지 올스테이트 코러스 등 실력파 단원들이 모인 뉴저지의 내로라하는 합창단의 오디션을 통과, 3년째 단원으로 활약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익힌 피아노와, 바이얼린, 플롯, 피콜로 등 악기연주에도 발군의 실력을 자랑, 학교 재즈밴드와 마칭밴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5년 전에 부모를 따라 도미한 이양은 자신이 이처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 것에 대해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이양은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처음에는 숙제를 못해 가기도 했었다”며 “그러나 한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학교생활과 미국생활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양이 언어장벽을 겪은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4살 때 목회자인 아빠를 따라 영국에서
3년간 생활하면서 정작 한국으로 귀국해서는 한국어를 못해 고생을 했었던 것. 영어를 거의 잊을 때쯤 도미한 셈이다. 언어적응으로 고생했던 자신의 경험을 시에 담아, 9학년 때 릿지필드 공립 도서관에서 열린 시 대회에서 2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양은 한국, 영국, 미국에서 두루 생활하면서 소수자로서의 삶의 무게를 일찍부터 깨달았고, 앞으로 이웃을 돕는 것이 장래 희망이 됐다. 이양은 “영국에서 살던 시절, 동네에는 아시안이 거의 없어 꼬마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며 “앞으로 치과의사가 돼 의술의 혜택조차 못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선교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팰팍의 한 치과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이양은 올여름 방학에도 자원봉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양은 “어려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원장 선생님을 롤 모델로 삼아, 이번 방학에는 봉사활동과 더불어 SAT 공부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등 세계 여행도 꼭 가고 싶다는 이양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재주꾼이 아니지만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알고 있다”며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