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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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⑤ 자폐아를 둔 2세 부모를 위해 1세대에 띄우는 편지

2011-06-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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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희 교사(뉴커머스고교)

이민 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자녀들을 모두 키워낸 1세대들은 부쩍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녀들이 ‘미국문화에 참 많이 젖어 있구나!’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고들 한다.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기에 물론 영어가 훨씬 편한 언어일 것이고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간간히 나누는 대화 속에서나 그들의 사교생활을 통해서 2세대들은 언어뿐만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등도 어쩌면 그렇게 미국 사람 같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면 1세대들은 한국 사람만 아는 그런 한국적인 감정이 제대로 아이들과 소통되지 않은 듯한 느낌에 마음 한구석이 짠할 때가 있다.

이렇게 정성껏 곱게 키워놓은 젊은 2세들도 언젠가는 커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게 된다. 이중 누군가는 그 어느 누구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니지만 필자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가 발달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우리의 2세들은 그 어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눈물이 먼저 터지면서 앞길이 막막해만 보일 것이다. ‘하필이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원망이 들기도 할 것이고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괜찮은데 우리 아이만 왜 발달장애를 갖게 된 것일까?’ 생각하며 철저한 고독감이 밀려오기도 할 것이다.


영어소통이 자유로운 2세이기에 발달장애를 지닌 자녀를 낳더라도 미국 땅에서 어떠한 치료나 교육을 받아야할지 주변에 알아보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누구를 원망해야할 지도 모를 그 분노와 자신만 혼자 내버려진 듯 한 철저한 고독감에 힘들어 할 때는 결국에는 자신의 엄마와 아빠, 1세들의 그 푸근한 어깨가 그리워지게 마련인 것이다.
영어가 편한 2세들 가운데 한국어로 된 신문을 읽는 비율이 많이 않을 것이기에 필자의 글을 공감할 기회가 흔하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필자의 글은 영어권인 2세가 아닌 그들의 부모인 1세대에게 띄우는 간절한 당부인 것이다. 부디 간곡히 부탁하건대 2세들이 발달장애의 부모가 되어 지친 마음으로 기대고 싶어 찾아올 때 간절하게 그들의 손을 잡아 품에 안아주기 바란다.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식으로 ‘말이 좀 늦을 뿐인데 왜 이렇게 극성을 떠느냐,’ ‘너희 삼촌도 원래 그렇게 말이 늦었다는데…’ ‘애가 얌전한 것이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위로는 기댈 곳을 찾아 부모에게 찾아온 2세들에게 오히려 등을 돌리게 하는 말일 수 있다. 아무리 2세들이 미국의 문화에서 자라와 미국적인 사고를 가졌다 하더라도 자신이 힘들 때 돌아가 기대는 곳은 결국 큰 나무와도 같은 자신의 부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큰 나무인 1세들은 한국 특유의 그 넘쳐나는 끈끈한 사랑으로, 원치않게 발달장애아의 부모가 되었지만 그러한 장애조차도 푸근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이 부모라는 것을 되새겨주는 그러한 존재로 힘든 2세들을 다독여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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