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찰만으로 위염과 위암의 구별이 가능하지 않다.
내가 서울 의대를 1982년에 졸업했으니, 내과의사를 거의 30년 정도 한 셈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는데, 그 중 3분의1 정도는 위장병 환자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화가 안 된다”“속이 더부룩하다”“명치 부분이 갑갑하다”고 호소한다. 또 위산 역류로 인해서 “앞가슴이 쓰리고 답답하다”“숨쉬기가 곤란하다”“자고 나면 목이 아프고 입이 쓰다”“아침에 일어나면 ‘험험’하면서 헛기침이 나온다”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데 이 분들은 위가 안 아파도 다 위장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위산 역류병 등도 넓은 범위의 위장병(stomach disease)에 포함된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30~40% 정도는 위장병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러면 제 병은 위장병 중에서 위염인가요, 위궤양인가요? 설마 위암은 아니겠지요?” 하면서 증세와 진찰만으로 구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증세와 이학적 소견만 가지고 위염, 위궤양, 위암, 이 3가지를 정확히 구별할 수는 없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위암부터 말하자면, 희한하게도 위암이 3기가 될 때 까지는 위암은 대부분 아무런 증세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점을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다. 또는 지식으로는 알지만, 실제로는 “그래도 뭔가 소화가 안 된다든가 하는 가벼운 증세는 있겠지”라고 추측한다. 실상은 의사 초년병들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증세가 전혀 없는 위암 3기나 4기 환자를 볼 때 “과연 내과 교과서가 틀린 것이 하나도 없구나”라고 감탄한다. 여기서 필자와 절친한 서울의대 후배이며 현재 서울의대 외과교수로 있는 양한광 박사의 말을 인용해 보자.
“위암의 증상은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부터 심한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나타낸다. 중요한 것은 위암이 어떤 특징적인 증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위암의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있다고 하더라도 경미하여 약간의 소화불량이나 상복부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이므로 건강한 성인이 소화기 증상을 느끼게 되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는 것은 위암은 특징적 증상이 없고 심지어는 전신에 퍼진 4기 위암환자에게서도 10% 정도는 증상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 양 교수가 말한 대로 위암의 말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벼운 위통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은 “아픈 것이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말기 위암이라니…”라며 울먹인다. 결론적으로 위염, 위궤양, 위암을 증세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소화가 안 된다고 느끼면 꼭 위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40세 이후에는 위에 아무런 증세가 없더라도 꼭 1~2년에 한 번씩은 위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전혀 위장증세가 없는 분들을 본 필자가 직접 위내시경을 실시하여 찾아낸 위암환자가 너무나 많고, 이런 경우는 대부분 위암 초기이기 때문에 살 확률은 90% 정도로 높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