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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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만병의 원인? No!

2011-06-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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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건강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는 격언 중에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다’라는 것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감히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지난 29년간 내 환자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면 왜 “감기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가끔 환자분들 중 감기를 3개월 내지 6개월씩 계속 앓고 있다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는 감기를 1~2년씩 앓고 있다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필자는 단호히
“죄송하지만 그 병은 감기가 아닙니다. 감기와 증세가 비슷한 다른 병입니다”라고 말해준다. 환자들은 “기침, 가래, 콧물에 몸도 약간씩 쑤시고 감기 맞는데요”라며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대답한다.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로 인해서 생기는데, 치료를 안 해도 1주일 내지 2주일이면 다 낫는데, 1년씩 되는 감기는 절대로 없습니다. 증세가 비슷한 만성 질환입니다. 그 원인을 확실히 찾아야 합니다.”

예를 또 하나 들어보겠다.

어떤 환자는 가족 중에 “감기를 6개월 앓고 났더니 폐암으로 진전되었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감기가 폐암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감기를 아무리 오래 앓는다고 해도 폐암이 될 수는 없다. 사실은 폐암의 초기증세로 기침, 가래, 미열 등 기관지염과 흡사하게 증세가 있는 것을 감기라고 착각한 것이다. 즉,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병의 처음 시작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세가 감기와 비슷하다”고 해야 옳다.

많은 질환들 중 특히 암들의 초기 증세 역시 감기와 유사하다. 암은 정확하게 말하면 초기 증세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생각지 않고 다만 감기에 걸린 것이라 생각한다. 온 몸이 약간씩 쑤시고 미열이 나며 가벼운 기침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암의 특징적인 증세인 통증 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암을 드러내는 시기는 중기 이후가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벼운 몸살감기에 걸린 것 같다.

특히 백혈병, 임파종, 폐암, 기관지암, 췌장암, 위암 등의 초기증세는 감기와 유사하다. 또한 암이 있는 경우에 몸의 면역성이 저하되므로 실제 감기나 기관지염 등이 잘 생기기도 한다. 또 축농증, 중이염, 류마치스성 염증질환, 만성 기관지염, 위산역류 병, 결핵 등등 많은 염증 질환 때도 비슷한 증세가 생긴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감기증세’와 ‘만병’이 비슷한 시기에 생기는 것을 보고 ‘감기가 만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잘못 해석한 결과이다. “만병의 시작 때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만든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진짜 감기는 보통 2주 안에 대부분 낫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감기 증세가 2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것은 감기가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하고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꼭 믿을 수 있는 내과병원을 찾아 철저한 조사를 해야만 숨어 있는 치명적 질환으로 비극을 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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