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
2011-05-13 (금) 12:00:00
공자는 마흔을 ‘불혹’의 나이라 했다. 예전에 아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마흔이 넘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리고 지금 마흔이 넘으니 정말 좋습니다.” 그 말씀은 돌이 채 안된 첫 아기를 혼자 감당하면서 타향살이를 막 시작한 나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들렸다. “아, 그 나이가 되면 내 이 힘든 시기가 끝나고, 모든 갈등도 사라지게 되는구나.”
그러한 생각이 들자 마흔이란 나이는 나에게도 거부하고 싶은 나이가 아니라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내 자신이 마흔 살이 넘은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음의 평화 혹은 모든 일들을 너그럽게 넘길 수 있는 여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에게는 그런 근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은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얼마 전 통화에서 친정어머니는 칠순이 돼서도 세상의 미혹하는 것들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힘들다고 하셨다. “공자 왈 마흔이 불혹이라고 했던 것은 당시 사람들의 수명이 짧았으니까 그런 거야. 그때야 마흔이라면 천명을 다해가는 나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요새처럼 장수하는 세상에서 마흔은 한참 어린 거지.”
그렇게 결론을 내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불혹의 나이라는 것은 저마다 달라
지게 된다. 부단히 자신을 살펴보아 가다듬는 사람에게는 빨리 오기도 하지만 막연히 자연에만 맡기는 사람에게는 요원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나처럼 귀가 얇은 사람이 불혹의 경지에 이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리라.
문선희/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