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사진 공개에 따른 이득보다는 해가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빈 라덴의 사체 사진 공개 문제는 지난 1일 밤 빈 라덴 사살 사실이 발표된 이후 오바마 행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돼 왔다.
사진 공개 찬성론자들은 음로론자들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빈 라덴이 죽은 모습을 사진을 통해 확실히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눈 위와 가슴 등 2곳에 총격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빈 라덴의 사진이 공개될 경우 아랍권에서 오히려 분노만 일으키면서 급진 테러리스트들의 소위 `성전’ 홍보에 이용 당할 수 있다는 반대론도 적지 않았다.
백악관과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토론을 거듭했고, 의회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ABC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힐러리 클런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사진 공개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사진 공개 반대 의견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했다.
반면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주도한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전 세계에 우리가 빈 라덴을 잡고, 사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진 공개론을 공개적으로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데는 아랍권의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빈 라덴의 죽음 자체에 의문을 가진 보도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빈 라덴의 부인이 숨진 사람이 빈 라덴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상황에서, 빈 라덴이 정말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위해 국가안보차원의 위험과 역풍을 무릅쓰고 사진을 공개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사진 공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점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빈 라덴의 사체 사진을 본 마이크 로저스(공화) 하원 정보위원장도 "공개에 따른 위험이 이득을 넘어선다"면서 "음모론자들은 (공개되더라도) 그 사진이 어떤 식으로든 조작됐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9.11테러 희생자 유족들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는 사진 공개 찬성론이 적지 않았고, 일부 조사에서는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이 나오기도 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3가지 종류의 빈 라덴 사후 사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살 직후 아프가니스탄의 한 기지 격납고에서 촬영된 머리 부분이 심하게 훼손된 사진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의 한 당국자는 "확실히 이 사진은 신문 1면에 실리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현장 급습 당시 찍은 사진과 빈 라덴의 사체를 수장할 당시 촬영한 사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사진 미공개 결정을 즉각 내리지 않음으로써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빌라노바대의 로라 브라운 교수는 의회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좀 더 일찍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면서 "우유부단함이 성공적인 작전 수행으로 얻은 오바마 정부의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