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불안해 하는 지원자들의 압력에 굴복한 대학 당국은 해마다 더 일찍 사정 결과를 통보하게 되는 것 같다.
올해의 경우 전통적으로 지켜 오던 4월15일 대신 3월30일에 많은 상위권 대학들이 지원자들에게 최종합격 통지서를 발송했다.
더 일찍 보낸 대학 가운데 하나인 MIT는 3월14일, 소위 ‘파이 데이’(Pi(Π) Day) 우체국 소인이 찍힌 통지서를 보냈다.
지금쯤이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으로부터 결과를 통고 받았을 것이며, 올 가을에 어느 학교에 등록할 것인지 신중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5월1일까지 학생들이 확답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겁나기도 하는 올해 명문대학들의 입학사정 현황을 알려 드리고자 한다.
지난 3년 동안 입학사정관들은 대학 지원자들의 숫자가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것은 경기가 좋지 않을 뿐더러, 미국 인구조사에서 10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논리적 분석과 예측이 결과적으로 완전한 오산으로 밝혀졌다.
지원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는 작년보다 경쟁률이 더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25개 상위권 대학의 경우, 지원자가 다시 한번 증가했으며, 합격률도 또 다시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였다.
컬럼비아 대학은 작년(26,178)보다 무려 8,000명이나 많은 3만 4,587명 지원함으로써 32%나 증가하였다.
하버드 대학에는 역대 기록이었던 작년의 30,550명 보다 거의 5,000명이나 더 많은 3만5,000명 이상이 지원하였다.
심지어 아이비리그 가운데 가장 작고, 시골에 자리 잡은 다트머스 대학도 올해 지원자가 16%나 증가하였는데, 이들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출신 학생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같은 대학 지원자의 지속적 증가 추세의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뛰어난 국제 학생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현상이다.
이들은 마치 미국의 최고 명문 학부과정을 다 채워버릴 기세다. 과거에는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에서 자기들의 가장 뛰어난 학생들을 미국에 보내 박사학위를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추세가 바뀌어 이런 나라들에서 미국으로 유학 오는 고등학생 숫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의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비율도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계 학생들이 대학에서 외국 학생들에게 배정된 자리를 많이 차지하였지만, 지금은 이들 나라의 학생들이 한국계 고등학생들보다 더 뛰어나고,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국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대학의 전체 지원자들에게도 파급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필자가 예상하건대 향후 5~10년 동안 국제 학생들의 지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며, 이들 가운데 소위 ‘수퍼스타’급 재능을 가진 학생들 때문에 모두에게 요구되는 경쟁의 수준과 기준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단연 앞서가고 있지만, 싱가포르, 태국, 이스라엘 등과 같은 작은 나라들도 똑똑한 인재들을 보내고 있으며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이들을 잡으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한국 학생들은 전례가 없는 이 현실을 잘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독특하면서도, 관심을 끌만한 지원자가 될 수 있을 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뛰어난 지원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일부 대학들의 올해 입학사정 추세와 더불어 합격생과 후보자(waitlist) 현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대표>
전 하버드• MIT 입학사정관
(617) 497-7700(내선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