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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뉴저지 브룩사이드 중학교 8학년 우디 김 군

2011-04-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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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할 수 없는 ‘천재끼’ 예술로 표출

펌프업/ 뉴저지 브룩사이드 중학교 8학년 우디 김 군

우디 군이 설명하는 수상작 ‘Masked Reality(사진 오른쪽)’

뉴저지 브룩사이드 중학교 8학년 우디 김은 2남2녀 4남매 중 막내다. 이미 공부 잘하고 개성 강한 아이 3명을 키워본 부모였다. 그래서 우디군의 부모는 막내의 특별함을 일찍 간파했다. 누구나 자기 자식이 조금만 영특함을 보여도 “얘가 뭔가 크게 될 것인가 보다”하고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손재주 많고 아이디어 많고 조숙한 언행을 하는 우디에게는 ‘그것과는 또 다른 뭔가’가 분명히 있었다.

‘그 뭔가’를 끄집어낼 요량으로 시켜 본 것이 미술이었다. 스킬을 익혀서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 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이의 머릿속에 가득차 있어 보이는 아이디어와 재능이 미술이란 매체를 통해 어떻게 발현될 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 결과물들이 최근 학생 미술 경연부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스콜라스틱 어워드 수상이라는 성과물로 나타났다. 우디군의 작품은 3개의 골드키와 1개의 실버키를 받았으며 그 중 하나는 내셔널어워드를 받기도 했다. 우디군이 설명하는 수상작 ‘Masked Reality(사진)’의 작품의도는 뉴욕의 해석이다. 우디가 바라본 뉴욕의 요체는 수많은 인종과 문화가 뿜어내는 다이내믹한 다양성이다. 만약 뉴욕을 그린다면 도저히 하나의 겹(layer)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50장의 이미지를 결합해 깊이와 다층성을 표현해냈다. 사용하고 있는 미디어(컴퓨터)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말하고
싶은 내용을 성공적으로 구상화시켰다.

우기아트의 최 욱 원장은 ‘천재끼’라는 말로 우디의 재능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영화, 컴퓨터를 좋아하고 특히 영화는 그 나이에 거의 안 본게 없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나 생각하는 게 특이한 학생이예요. 너무 독특하고 개성이 강해서 처음엔 우디를 오해할 수 있어요. 심지어 주식거래도 취미로 하니까 참...”영화를 많이 본다고 해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래 중학생들이 좋아할 ‘윔피 키드’나 ‘한나 몬태나’ 정도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파이트 클럽’, ‘아저씨’를 꼽는 것 보고 놀랍긴 했다. ‘킹스 스피치’가 DVD로 나오면 제일 보고 싶단다. 엄마가 옆에 있는 데 이런 ‘R등급’ 영화들을 줄줄이 말해도 되나 싶었다.


여기서 잠깐 우디군의 아버지 김용만씨에 대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세계의 인디영화와 언더그라운드영화의 보고 역할을 하며 단순한 비디오 대여점이 아닌 뉴욕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이름을 떨치다가 2009년 안타깝게 문을 닫은 킴스비디오의 김용만 사장이다. 우디군은 대여섯살의 나이에 처음 들렸던 킴스비디오의 내부를 여전히 인상깊게 회상하고 있다. 그 나이의 아이에게는 압도적으로 많았을, 사방을 온통 둘러쌓고 있는 세계 모든 나라의 영화들. 그리고 여전히 또렷히 기억나는 아버지의 멘트. “이건 그냥 영화들이 아냐. 예술(art)이야.”

어쩌면 비디오의 천국인 킴스비디오는 외부적인 환경일 뿐이었다. 50대의 나이에 장편감독의 꿈을 실현한 아버지의 감수성과 창의성, 자식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늘 부추겼던 개방된 가정환경이 우디에겐 가장 큰 자극제였을 것이다. 우디에게 “창의력이란 실패할 수 있는 자유고 예술은 간직해야 할 것을 아는 지식”이다. 물론 자기말은 아니고 인기 직장인 만화 ‘딜버트’의 저자인 스캇 아담스의 말을 인용한 것이지만, 탁월한 기지를 가진 엔지니어 출신의 만화가를 인용하는 감각 또한 범상치 않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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