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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약 줄이면 큰일날까

2011-04-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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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건강

70세 남자 환자로 고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해 오시던 분이 내원했다. 보통 때는 120/75mmHg 정도로 쭉 잘 조절되었던 분인데, 이번에 혈압을 재어보니 90/60mmHg으로 조금 낮게 측정되었다.

평소 고혈압 약을 3종류로 처방해 드시던 중이셨는데 혈압 약을 좀 줄여도 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 “약을 먹다가 줄이면 심장병이나 중풍이 온다고 사람들이 그러던데, 먹어 오던 약을 정말 줄여도 괜찮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혈압 약은 줄일 수 있다. 위의 환자 분 같은 경우는 고혈압 조절을 위해 3가지 종류의 약을 처방 받아 조절해 왔는데, 정상 혈압에서 낮게 측정되었으므로 복용하던 약을 줄이는 것이 옳다. 특히 체중이 줄면 혈압도 떨어지고 혈당도 떨어진다. 이때 혈압 약이나 당뇨 약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사실 자신에게 아주 좋은 일인데도, 줄이라고 하면 겁내는 분들을 종종 본다.

환자 분이 질문한 “약을 줄이면 심장병이나 중풍이 온다 하더라”는 그야말로 ‘카더라’ 통신이다. 높은 혈압을 가진 환자들이 의사의 지시 없이 갑자기 약을 자의로 끊는다거나, 줄이면 그럴 수 있다는 얘기가 와전된 경우다.


만약 혈압 약을 꾸준히 복용 중에 수축기 혈압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 약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 몸 상태가 한결 같을 수 없듯이 혈압도 파도와 같이 유동적이므로 고혈압 환자는 적어도2~3개월에 한 번씩은 주치의를 찾아와서 혈압 측정을 하고 약을 적절히 처방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고혈압 약은 줄일 수도 있고 드물지만 아예 끊을 수도 있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고혈압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절대로 평생 먹어야 한다. 이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80% 정도의 환자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혈압 약을 계속 줄이다가 혈압 약이 없이도 혈압이 조절 잘 되고 주치의가 약을 끊고 지켜볼 만하다고 판단되면 일시적으로 끊을 수도 있다. 이 때 약을 끊고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 보았을 때, 조절이 잘 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지켜보았는데 다시 올라간다면 그 때 가서 약을 다시 복용하면 된다. 그렇다고 고혈압 병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므로 계속 세심하게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따라 심전도 등 각종 검사는 계속해야 한다.

당뇨를 가진 환자분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시면 된다. 당뇨를 진단 받고 약을 복용하여 당뇨 조절이 잘 되었는데 어느 날 특별한 이유 없이 당이 낮게 측정 되었다면 약 용량을 줄여야 한다. 만약 줄이지 않고 복용해 오던 양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혈당으로 운전 중이나, 길을 걷다 쓰러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혈압이 아주 높다거나 낮거나 하는 데에는 특별히 느껴지는 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듯 몸 상태는 파도와 같이 오르락내리락 하므로 이에 맞게 유연히 대처해야 되는 것이다. 유연한 대처는 정기적인 검진을 받음으로써 가능하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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