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대화법 세미나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고명희 원장의 세미나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 대해 자신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와의 모든 대화가 이루어진다. 과연 내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가 원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11일 세리토스 고등학교 학부모회는 ‘ABC 상담 대화 교육원’ 고명희(사진) 원장을 초청, 자녀와의 올바른 대화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고 원장의 세미나 내용을 정리했다.
즉석 반박·명령조 얘기 자녀들 모욕감만 더해
존중하는 자세로 들어주고 의견은 차분하게
우리는 누구보다 자신의 자녀를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화법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자신의 생각을 끝을 맺기도 전에 부모의 생각이나 판단을 먼저 얘기해 버리곤 한다.
이런 배경에는 부모가 선입견을 가지고 자녀의 생각이나 판단을 먼저 짐작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충고에다 해답까지 제시한다.
이런 대화법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찾아야 하는 부분까지 침범하는 것이다. 또 이같은 대화법이 오래되면 될수록 자녀는 창의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녀와 부모간의 느낌이나 생각의 차이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대화문화 또는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다 이민가정이라는 우리만의 현실적인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법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의 현재 감정이나 생각을 일단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를 연결하지 말고 당장 현재의 순간에서 아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하는 얘기 자체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좋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즉각 반박을 하거나, 명령조의 얘기를 한다면 아이는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긍심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생각과 말이 매우 순수하고 단순할 정도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이나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미리 짐작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는 부모들 역시 이를 일단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만약 자녀의 생각이나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나중에 적당한 시간에 부모의 의견을 얘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1. 어떻게 아이와 얘기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의식의 변화,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 고정관념이나 습관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2. 건강한 자녀관을 갖자. 어리다고 무조건 내려다 보는 존재가 아니라 한 생명의 고유한 개체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라고 해서 항상 내 품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다.
3. 부모가 할 일이 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앞으로 자녀를 부를 때 항상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어떤 것을 얘기하거나, 집안 일을 시킬 때, 아니면 학교와 관련된 대화를 나눌 때 등 항상 이름을 불러주는 것 자체가 인격의 존중이다.
또 항상 말을 할 때 고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적인 표현을 억제하고, 단어 선택에 주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녀의 정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이는 자녀를 존중하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녀에게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부모가 원하는 가이드가 아닌, 자녀 중심의 가이드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대화를 나눌 때도 자녀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부모의 메시지도 전할 수 있다. 또 자녀에게 답을 줄 때도 어떤 결정된 것이 아닌, 아이 스스로 대안 또는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