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하 군(사진 왼쪽)과 권 군의 스칼라스틱 골드키 수상작(사진 오른쪽)
예술가와 간호사의 두 길을 함께 가겠다는 장래 계획을 당당히 밝힌 권순하(17·롱아일랜드 제리코고교 11학년)군.
최근 남성의 간호인력 진출이 보편화되곤 있지만 한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감이 없지 않은 것이 현실. 고개를 끄덕여주는 어른보다 ‘의외’라는 반응이 많은 것도 아랑곳 하지 않는단다.
간호 분야 진출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자신에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계획한 장래 설계인 반면, 예술가가 되고픈 것은 진정으로 자신이 꿈꾸고 원하는 장래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학교 교사 추천으로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스칼라스틱 학생 미술대회에 출전,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골드키를 수상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한 번도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도 없이 미술대회에서 상을 탄 것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제는 조만간 발표될 리저널 선발을 거친 수상작을 대상으로 한 전국대회 결과도 내심 기대하는 중이다.
미술을 전공한 부친의 피를 물려받은 듯도 생각되지만 정작 예술가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아는 부친의 만류로 어릴 땐 예술가가 될 꿈은 꾸어보지도 못했다고.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1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이용해 미국에 잠시 건너와 생활한 것을 계기로 스스로 조기유학을 결심했을 때 느꼈던 것처럼 한국과 다른 매력을 지닌 미국의 교육환경 덕분에 그간 꽁꽁 숨겨놨던 끼와 재능까지 자연스럽게 개발, 성장하는 기회가 된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릴 때 잠시 배웠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스스로 포기했던 피아노와 첼로를 계속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가장 큰 후회가 됐을 정도다. 물처럼 순하게 흘러가라는 자신의 이름처럼 워낙 낙천적이고 어떤 환경이든 적응도 빨라 조기유학 초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단다. 한국에서부터 영어 과목에 유독 관심이 많아 열심히 공부해 왔던 터라 오히려 좀 더 일찍 유학 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정도라고. 지금도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조기유학생이나 갓 이민 온 학생들, 또는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어린 후배들에게는 무엇을 하든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단다.
유학을 결심한 아들을 위해 뒤늦게 미국행을 결심한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지금 학교에서는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장 182센티미터인 장신의 특징을 살려 평소 농구, 축구,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모든 운동을 즐기지만 특히 8학년 시절부터 시작한 달리기는 현재 학교 육상팀 단거리 전문 선수로 맹활약 중이다.또한 짧은 미국 생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서로 부족한 과목을 도와가며 공부하는 투터링 클럽에서도 활동하고 있고, 장애우지원단체인 AHRC를 통해 다운증후군 등 아동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장애우 회원들을 이끌어 가든시티볼링클럽에서 부코치로도 1년째 자원봉사 중이다.
집에서는 아들·딸 노릇은 물론, 의젓한 장남이자 애교와 재롱도 부리며 재잘재잘 정감 넘치는 대화를 주도하며 부모에게 웃음꽃을 선사하는 막내 역할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는 권군은 권기환·허선경씨 부부의 외아들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