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투자 비해 가장 큰 효과내는 교육 프로그램”

2011-04-04 (월)
크게 작게

▶ 디베이트 세상 <2>

▲공부에 관한 한 종합 예술- 리서치

그동안 나는 학부모들에게 ‘다른 모든 공부에 앞서 디베이트부터 시켜라!’라고 권했다. 나 스스로 ‘디베이트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도 말해 왔다.

내가 왜 이렇게 디베이트에 흥분해 있을까? 그것은 디베이트 프로그램이야 말로 투자한 시간 대비 가장 큰 효과,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나는 “같은 시간이라면, 우선 디베이트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이 있다면 부족한 부분을 별도의 공부로 채우는 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라고까지 말한다. 왜 디베이트 프로그램이 좋은지 알아보자.


리서치 통해 독해·이슈·시사 종합공부

내가 실제로 목격한 디베이트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디베이트 프로그램은 공부에 관한 한 종합예술이다. 음악으로 치자면 오케스트라와 마찬가지다. 공부에 필요한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그러니 같은 시간에 훨씬 다양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우선 디베이트 주제가 정해지면 참가 학생들은 자료를 찾아야 한다. 리서치(research)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교복을 착용하는 것이 좋은가’를 두고 디베이트를 한다고 하자. 그럼 학생들은 교복을 제정하게 된 배경, 당시의 논란, 이후 발생한 교복의 부정적인 측면 및 긍정적인 측면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디베이트 리서치를 하라고 시키지는 않는다. 아직은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해서 처음에는 디베이트 코치가 주제와 함께 관련 자료를 대신 찾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시대회에 나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린 학생들이라고 해도 주제만 당랑 주어지기 때문에 관련 리서치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주기적으로 하다 보면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렇게 디베이트를 하면 리서치 능력이 향상된다.
리서치된 자료는 읽어야 한다. 읽기(reading) 활동이다. 그런데 이게 간단한 읽기가 아니다. 소위 비판적 읽기(critical reading)다.

자료를 읽으면서 한편으로 그 자료가 제시하는 근거와 사례를 자기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또 디베이트는 매주 혹은 격주, 한 달별로 주제가 달라진다. 참가자들은 매번 새로운 주제의 글을 읽어야 한다. 다양한 글 읽기가 저절로 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비판적 독해와 다양한 글 읽기이다.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이게 저절로 가능해진다.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은 어휘 능력이다. 매번 주제가 달라지는 만큼 관련된 어휘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라크 포로에 관한 주제라면 국제법, 전쟁, 평화, 제네바 협정, 인권 같은 단어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런 단어들을 자료를 통해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그 단어의 뜻과 쓰임새를 익힌다. 원래부터가 어휘는 이런 식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만약 디베이트 주제를 일주일에 하나씩 바꾼다면 일 년이면 약 50개의 주제를 다루게 된다. 4년이면 200개 주제가 된다. 내 경험으로는 디베이트 4년 정도하면 모르는 것이 없게 된다. 우리 생활의 모든 이슈들이라 봐야 200개 정도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한 번쯤 리뷰해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200개 주제와 관련된 핵심 어휘를 다 익히게 된다.

여담이지만 나는 학부모들로부터 “디베이트를 하더니 아이가 뉴스를 곧잘 들어요!”하는 소리를 듣곤 했다. 어릴 때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의 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TV의 뉴스시간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이 세상 주요 정책이나 사건들이 어떤 디베이트를 배경으로 발생한 것인지를 알게 되고, 이렇게 배경을 이해하니 뉴스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어진다.

내 딸의 경우, 나 같은 아버지를 둔 덕분에, 5년을 디베이트를 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 고등학교는 유대인이 60%, 백인이 80%인 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내 딸은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 미국 아이들보다 미국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아이”란 평가를 받았다. 내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디베이트가 가르쳐준 것이다.
www.GlobalEdunews.org


케빈 리(글로벌 에듀뉴스·
투게더 디베이트클럽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