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모니핸(왼쪽)과 제이크 질렌할이 죽음의 화염이 달려오는 열차 통로에 앉아 있다.
★★★ (5개 만점)
죽기 전 마지막 8분을 재생시켜라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파돼 승차한 승객 전원이 몰사한 열차사고의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이미 죽은 사람의 죽기 전 마지막 8분을 재생시키는 매우 지능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공상과학 영화다. 공상과학 영화니까 못할 일이 없겠지만 내용이 흥미 있으면서도 너무나 황당무계해 정신이 다 어리벙벙해진다.
데뷔작으로 역시 공상과학 영화인 매우 독창적인 ‘문’을 만든 던컨 존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재능 있는 솜씨는 여전하나 감독 자신이 스스로의 재능과 지적 자신감에 빠져 상상의 한계가 터무니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내용이 보는 사람의 뇌를 혼란의 지경에 빠뜨리는 극도로 알쏭달쏭한 것이어서 감독이 보는 사람을 갖고 노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기분이 언짢아질 정도이지만 사건 추리식의 도전적인 내용과 좋은 연기 그리고 확실한 연출 등으로 해서 한 번 볼만은 한 영화다.
시카고행 통근열차에서 육군 대위 콜터 스티븐스(제이크 질렌할)가 잠에서 깨어나자 앞에 앉아 있는 여자 크리스티나(미셸 모내핸)가 자기를 애인 취급하면서 션이라고 부른다. 나는 콜터라며 어리둥절해하는 콜터를 보고 웃는 크리스티나.
도대체 이게 무슨 도깨비장난이냐며 혼란해 하던 콜터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다른 사람의 얼굴임을 발견하고 대경실색한다. 그리고 기차는 폭파되고 승객 전원이 사망한다. 영화를 보는 사람도 콜터 만큼이나 혼란에 빠진다.
여기서 콜터는 자기 몸으로 되돌아온다. 그는 국방부 연구실의 작은 방 안에 갇혀 있는 상태로 비디오카메라로 동료 여군 굿윈(베라 화미가)과 통화를 나눈다. 콜터는 아프간 전투에서 자기가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여기서 영화의 중심 주제가 밝혀진다. 즉 콜터는 국방부의 과학자 러트리지 박사(제프리 라이트)가 실험하는 연구의 일종의 모르모트. 콜터는 션이 열차 폭파로 죽기 8분 전의 삶을 계속해 살 수 있는데 러트리지는 콜터로 하여금 계속해 션의 마지막 8분을 살게 하면서 열차 폭파 후 시카고 시내를 폭파시키겠다는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게 하려는 것.
이때부터 콜터는 계속해 션의 마지막 8분을 살면서 매번 션이 될 때마다 조금씩 테러리스트의 정체를 찾아나간다. 그 과정에서 콜터(션)는 엉뚱한 승객들을 의심하면서 코믹한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콜터는 크리스티나를 사랑하게 되고 나머지 승객들에 대해서도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면서 크리스티나와 승객들을 죽음에서 구하겠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크리스티나나 다른 승객들은 이미 다 죽었는데도. 절대적인 운명과 싸우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미국 영화이니 만큼 영화가 어떻게 끝이 날 것이냐 하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콧방귀가 나올 만큼 터무니없다.
내용의 대부분이 열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 협소감을 느끼게 되는데 질렌할과 화미가 및 라이트 등 중심 배우들이 튼튼한 연기를 한다. 믿거나 말거나 알아서 하라는 영화다. PG-13. Summit. 전지역.